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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20.03.21 23:04

봄날은 간다

조회 수 310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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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001.jpg

 

 

봄날은 간다

 

 

괜찮은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나섰다가

빈 발자국만 남기고 돌아오는 길

노란 개나리들이 낮은 바람에 실려 흔들리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가슴 아릿합니다.

누구하나 보아주는 사람 없는데

봄은 벌써 하얀 마스크 쓰고 저만큼 가는데

저 꽃, 무슨 목마름 있어 목 줄기 세우고 성급하게 올라와

초조하게 서있는지

푸른 이파리가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말입니다

 

꽃은 나무의 눈물이라느니

철마다 제 몸속에 꽃잎 다 밀어내고 열매를 맺는 것이

나무라느니,

이런 진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뻐꾸기가 한나절 내내

목 터지게 울어 제 끼는 이유를 아실런지요.

정신없이 마음 졸이며 삶에 열중하다가

불현듯 맞닥뜨려지는 혼자가 된 것 같은 불안감

존재의 불안이라 하던가요

 

“사진 좋은데요. 잘 찍으셨는데요”

나이 들수록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지고 쉽게 감동하는 것은

이대로 가다가 변두리 어디쯤에서

잊혀 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일까요

 

카메라를 겨누는데

렌즈 안을 막무가내 비집고 들어오는 노란 꽃술에

목젖이 아려 옵니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돌배나무 / 김용민

 

 

 

 

 

.

  • profile
    김해진 2020.03.22 08:15
    멋집니다. 코로나때문에 신경도 못 썼던 봄인데... 어제 청계산엔 그래도 봄은 기지개를 펴고 있었습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 이 말 할 때, 코로나 상황은 생각 못했겠죠????
  • profile
    오부근 2020.04.01 13:17
    네 멋진 사진,좋은글 잘 감상했습니다.감사합니다.
    봄,봄 봄은 왔습니다.여기 여의도 벗꽃길도 활짝 피었건만, 코로나 감염 예방으로 차단되었네요.
    하루빨리 어려운 고비가 잘 넘어가길 빕니다.
    또한,부디 친구들 ,더욱 건강하기를~.
    멋진 홈피를 꾸며주심.재삼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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