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괜찮은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나섰다가
빈 발자국만 남기고 돌아오는 길
노란 개나리들이 낮은 바람에 실려 흔들리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가슴 아릿합니다.
누구하나 보아주는 사람 없는데
봄은 벌써 하얀 마스크 쓰고 저만큼 가는데
저 꽃, 무슨 목마름 있어 목 줄기 세우고 성급하게 올라와
초조하게 서있는지
푸른 이파리가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말입니다
꽃은 나무의 눈물이라느니
철마다 제 몸속에 꽃잎 다 밀어내고 열매를 맺는 것이
나무라느니,
이런 진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뻐꾸기가 한나절 내내
목 터지게 울어 제 끼는 이유를 아실런지요.
정신없이 마음 졸이며 삶에 열중하다가
불현듯 맞닥뜨려지는 혼자가 된 것 같은 불안감
존재의 불안이라 하던가요
“사진 좋은데요. 잘 찍으셨는데요”
나이 들수록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지고 쉽게 감동하는 것은
이대로 가다가 변두리 어디쯤에서
잊혀 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일까요
카메라를 겨누는데
렌즈 안을 막무가내 비집고 들어오는 노란 꽃술에
목젖이 아려 옵니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돌배나무 /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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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 이 말 할 때, 코로나 상황은 생각 못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