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250mm ISO200 1/400S
봄 오는 소리
바람이 분다
겨우내 죽은 듯 누워있던 키 낮은 풀들이
파르르 일어서는데
아무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다
봄은 가녀린 것들의 외로운 떨림으로
보일 듯 말 듯 묻어온다던데
교각에 몸 부딪쳐 부서지는 저 강물도
분명 꿈틀대며 버팅기며 반짝이고 있는 것이려니
완전한 자유는 깨어져야 비로소 누릴 수 있다 했던가
산다는 것은 그렇게 끝없이 몸 뒤집어야 하는 것
부서지다 포개지다 이내 흩어져
흔적마저 모두 지워져버릴지라도
오늘도 바람이 나를 흔들고
강물도 나를 흔들고
나를 가두어두었던 내가 강 밑바닥에서
천만 개의 푸른 눈망울을 달고 올라온다
지금은 모두 씻겨갔지만
몸에선 다시 푸른 비린내가 나고
옛날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은 아니어도
아, 어디서 봄이 오는 소리
돌배나무/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