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19.01.15 10:23

눈 혹은 꽃

조회 수 50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DSC_3390.jpg

                                                                             경복궁 F5 78mm ISO200

 

      

       눈 혹은 꽃

 

 

 

눈이 온다

묵은 것들 깨끗해지라고 아침부터 온다

하얗게 온다

 

고궁 담 모퉁이 한적한 길을 발자국 만들며 걷는데

눈송이들이 고목나무 가지마다 꽃을 피웠다

그중에 몇몇은 구부정한 어깨를 나무 등걸쯤으로 알았는지

내 어깨위에도 조심스레 피웠다

괜찮다 괜찮다 꽃피는 게 어디 꽃나무뿐이랴

 

밤새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지난밤 내 책상 하얀 종이 위에서도

사각사각 꽃피는 소리 들렸다

 

너무 늦게 온 탓일까

개중에 몇몇은 이미 지는 중이어서

길 위에 낭자하다

그래서 눈은 아무리 많이 와도 많이 오는 것이 아니며

밤새 내려도 아쉽다고 했을까

필 듯 말듯 하다가 화르르 무너지고 마는

짝사랑처럼

 

피고지고 피고지고

철마다 마른가지를 맨살로 비집고 올라왔다가

자지러지며 떨어지는 꽃

그러니까 꽃은 필 때도 아프고 질 때도 아프다

아프지 않은 꽃은 종이꽃 뿐

 

그런데 내 몸에 꽃 피었던게 언제였더라.

 

 

돌배나무 /김용민

 

 

 

 

 

 

  • profile
    윤경자 2019.02.17 12:44

    며칠 전 반가운 눈이 내릴 때...
    새삼 느꼈어요. 어쩜 저렇게 보드랍게, 조용히, 예쁘게 내리지?
    한 없이 순해 지는 내 마음.

     

    그런데 저 눈 사진은 엄숙한 품격이 느껴지네요.

    멋진 사진과 시 감사합니다.
    또 마음을 묵직하게 터치해 준 며칠 전 시산제 제문도 감사드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눈 혹은 꽃 1 file 김용민 2019.01.15 50
2555 파리의 추억 4 file 윤기정 2018.12.31 98
2554 단풍 나무 아래서 2 file 김용민 2018.11.07 73
2553 세미원 戀歌 file 김용민 2018.10.22 53
2552 가을여행 르포 file 김용민 2018.10.09 63
2551 경마장 가는 날 file 김용민 2018.09.22 41
2550 가을에 file 김용민 2018.09.11 36
2549 비처럼 음악처럼 file 김용민 2018.08.24 37
2548 웃음 유감 1 file 김용민 2018.08.06 73
2547 두물머리 ( 나에게로 돌아가는 시간 ) file 김용민 2018.06.16 54
2546 골 목 길 file 김용민 2018.05.22 47
2545 봄으로의 사색 file 김용민 2018.03.31 95
2544 겨울의 자리 (양수리에서) file 김용민 2018.03.01 81
2543 보일듯이 보일듯이 (원당 종마목장에서) file 김용민 2018.02.08 78
2542 친구 권오현 2018.02.03 155
2541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 1 file 이서항 2018.02.02 130
2540 의식의 江 1 file 김용민 2018.01.24 62
2539 아침에 2 file 김용민 2018.01.03 102
2538 담백하고 단순하게 (양수리에서) file 김용민 2017.12.17 110
2537 기분좋은 만남 2 지은숙 2017.11.11 19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0 Next
/ 1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