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노스케치- 혼자 걷는 사람들 >
오랜만에 DDP에 갔습니다
곡선 건축물로는 그 규모가 첫 손가락에 들 만큼 커서 처음부터 세상에 주목을 받았던 건물이지만
나는 어딘지 좀 생뚱맞다는 느낌을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서울 한 복판에 이만한 건물이
세워진 것만 해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건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햇빛 좋은 날 와야 합니다
제멋대로 휘어진 곡선 길을 따라 걷다보면 천정 틈새로 새어나오는 빛이 참 아름답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신비로운 세상 속으로 이끌고 갑니다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습니다
결 고운 사막이 미세한 모래 알갱이로 채워져 있듯 사선으로 비껴드는 작은 햇살들이 하얀
모래사막을 만들고 있습니다
혼자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 시선이 끌린다는 것은 내가 자주 혼자 걸어서일까요.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셔터를 누릅니다
“찰칵 ” 평소에는 들릴 듯 말듯하던 셔터소리가 여기서는 천둥처럼 크게 들립니다.
적막의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는 큰 소리에 걷고 있던 사람이 힐끗 돌아봅니다. 너무 당황스러워
내 머리 속이 벽처럼 하얘집나다
빛과 빛이 서로 섞이다보면 하얀빛이 된다고 배웠습니다
온갖 것들을 마음 안에 들이고 내보내며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도 빛이 있다면 아마도 하얀빛깔이
아닐지요 늙으면 색이 바래진다고 혹은 빛을 잃어간다고 하는 것은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밖에 나오니 저 멀리 하늘 끝에 하얀 낮달이 떠 있습니다
이제 막 반달을 지나 살짝 배가 불러오고 있는 수줍은 저 달도 오늘은 혼자 입니다
돌배나무 김용민
역시나 즐겁게 잘 봤습니다.
자주 올려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