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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Life · Dream ·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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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입택식과 관련한 3가지 장면

 

                      이공욱  04-11-15 15:39 | HIT : 173

 

 

 

 

 

<장면 1> on the road

 

 서울서 6대의 승용차에 남녀 적절히 안배 분승하여 일로 괴산으로 출발.

별도 합류한 동무들의 합세로 귀경길에 8대의 승용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골길을 누빔.

 

 마치 영화 God Father에서 조폭들이 결혼식 참석할 때 세를 과시하기 위해 승용차 타고 집단으로 몰려드는 모습을 연상케 함.

언제 이런식으로 몰려 다니는 걸 상상이나 해 봤던가?

 어쨋든 승용차 8대의 행렬은 또다른 장관이었음-어떤 놈들이 감히 우리를 제지해?

 

 

<장면 2> 사랑채 아랫목

 

 을시년스런 날씨 탓에 몸을 잔뜩 웅크리다가 더 이상 못 참고 여성동무들이 선점하고 있는 규수방에 돌진.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 이불 밑에서 미리 엉덩이와 종아리를 녹이던 여자 동무들에게서

본인 것 보태도 무방하다는 허락을 득함.

 

 밖의 잔치가 한 시간, 두 시간 이상 이어지자 반듯하던 자세가 점차 기울어지고 드디어는 다들 아예 누워버림.

본인 역시 체면 유지 한계점을 드러냄에 여성동무들로부터 누워도 좋다는 두 번째 허락을 득함.

이후 또 다른 남정네 가세.

 

 누운 채 고교 때 선생님들 흉보는 등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낄낄대고 있을 때 들락날락하던 손찬영군

심술이 났던 지 이불을 확 제껴 버림.

누워있는 십여 명의 다리가 뒤죽박죽 엉켜있는 흉한 모습이 삽시간에 노출됨.

요조숙녀들이 남정네 몇 명과 엉켜서 아니 이럴 수가....

 

 남정네 중 하나가 일어나 앉으면서 하는 말,

발가락으로 은근히 사인을 딱 한번 보냈는데 다리가 엉켜있어서 어느 미인의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

이때 자기한테 신호가 왔었다고 자랑스레 폭로하며 나서는 여자 동무들이 여기저기!!

다들 배꼽을 잡을 수 밖에... 중년의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유머다.

 

 

<장면 3> 귀경길 전통 찻집 속

 

 괴산이 송완영군 고향이라서 그런지 완영, 해자 내외가 자기네 고향 땅에 들어온 동무들에게 인심을 팍팍 씀.

귀경길에 황토색 물씬 풍기는 저녁식사를 거나하게 제공하고도 아직 미진하다며,

아침 내려올 때 너무 일러서 방문에 실패한 모 전통 찻집을 귀경길에는 반드시 들러 차 맛과 함께

그집 내부의 여러 소품, 치장들을 꼭 보여주고 싶어한다.

 

 찻집에 들어서면서 다들 입을 쩍쩍 벌림.

벽면에 공간이 없을 정도로 세상 온갖 소품을 다 모아 걸어 놓은 것 같다.

일행은 적당히 그룹지어 남녀 뒤섞여 앉은 채 이얘기 , 저얘기 끝이 없다.

어느 그룹은 자기들끼리 상감마마, 중전, 비빈을 책봉하고는 서로 한마디씩 하며 까르르한다.

다른 그룹의 눈총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이번 여행에 남자가 적다 보니 여자동문들이 남동문을 끔찍이 위하는 것을 볼 수 있었음.

앞으로의 모임에 이와 같은 소수의 잇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을 남자 동무들에게 귀뜸함.

 

 

 

 

 

어느덧 한 해가 지는데...

 

                   이공욱 04-12-20 11:14 | HIT : 230

 

 

 

 한 해가 저물어 가니 괜히 적적하고 우울한 마음이 든다. 나라 안팍 모두 시끌벅쩍한 속에 한 해가 가고

그 속의 우리들 어어 하는 사이에 나이 한 살 더 먹어 버리네.

 

 50대 중반인 우리들 그리고 처자식 들의 제반 일상사가 그저 무난히, 순탄하게 잘 풀려가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만,

세상사가 그리 마음먹은 대로 굴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

'푸른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살이엔 시름도 많다' 라는 옛 노래 가락이 바로 우리의 일상사이거늘.

 

 또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길융화복은 돌고 도는 것.

좋은 일이 무한정 계속 될 수 없듯이 나쁜 일 또한 언젠가는 끝장이 나고 오히려 전화위복되어 크게 웃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은 흔히 볼 수 있는 일.

 

 그러니 매사에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며 느긋한 마음에서 현재를 고마워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이 즐겁게 사는 방법이라고

다들 그리고 나 역시 말은 쉽게 하는데...

그러나 여전히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고 기대에 조금만 어긋나도 세상이 무너질 듯 낙담하는 凡夫임을 늘 자책하건만...

 어쩌면 이것이 세상 살아가는 실제의 모습일 텐데 자책은 또 다른 스트레스? 자학? 에이, 모르겠다!

 

 한 해를 돌아보니 적어도 우리 동창들과의 어울림만은 항상 즐거움의 연속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매월의 정기 산행 시 반가운 남녀동무들을 만나 같이 땀을 흘리며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는 재미.

그리고 매월 한번으로 부족하여 시작한 청계산 토요산행.

금년 들어 동창들과의 산행에 한창 재미를 붙이니 이것이 요즘 생활의 큰 낙이다.

가능한 한 만사를 제치고 참가하려고 하지.

 

 땀을 흘리며 몇 시간 걷는 산행.

더우기 예쁜 여동무들이 있어 더욱 즐겁다.

이게 보통 홍자냐? 이 나이에,

이 체면에 어디 가서 수작을 붙여? 귀싸데기나 얻어맞기 쉽상이지.

산속에서 싸온 음식을 펼쳐놓고 이것저것 먹는 재미, 바로 매주 소풍가는 기분이다.

하산 후 담소하며 즐기는 점심식사는 당연히 그날의 하일라이트.

그리고 이심전심 통한 주당들이 여동무 보내 놓고

젊잖은 신사에서 뭇 사내로 돌아오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며 즐기는 2차, 3차의 재미.

山中, 山下, 都心의 재미를 하루에 다 즐기다 보니 어느덧 한 해가 저무네.

 

 참, 또 돌이켜 보니 지난 여름 남녀 동무들을 한려수도 한 가운데 있는 금오도로 초청할 수 있었던 건

나의 여수생활 happy days 중 정점이었지.

다들 좋아하니 나 역시 기쁘고 보람있는 행사였어.

지금 생각해도 남쪽 바다와 섬들이 아련히 떠오르네.

모두들 우리 강토의 아름다움에 새삼 놀랐을 거야.

세월이 지난 후 언젠가 교교한 달빛을 음미하는 1박 여행으로 다시 한번 가보세나.

그리고 서울 귀환 환영회 열어준 여동무들 고마워요!

 

 이쯤에서 가깝게 지내는 차현덕 동문의 근황을 여러 동창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되는군.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차군은 삼국지 유현덕과 흡사하게 죽으나 사나 신의와 성실, 의리만을  내세우는

사나이 아닌감.

그런 그가 연세대 경영과 졸업 후 외삼촌이 하는 해운회사 등에 근무하다가 도산된 이후

온전한 직장을  잡지 못한 게 벌써 10년이 넘었지.

 

 그 동안 친구회사, 대학동창회 등에서 궂은 일 도와주며 어렵게 지내왔었지.

징징짜는 졸장부가 아니니 갖은 고초 자세히야 알 수 없지만 그 고생 왜 짐작할 수 없겠나?

사실 우리 나이에 정식으로 받아주는 직장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자기말로 연령제한 없는 곳은 구인광고 보고 직위에 상관없이 다 찾아 다녔다고 하데.

그러면서도 궁색한 내색 한 번 않고 의젓하게 어깨펴며 매사에 당당한 차현덕군!

 

 이번에도 인터넷에서 모회사의 구인광고를 보고 차장급 무역팀장을 연령제한 없이 구한다기에 지원을 하였다나.

면접과정에서 오너 회장이 차군의 진면목을 드디어 알아본 모양이야.

흙 속에 묻혀 있어도 진주는 진주지.

회장은 이상하게도 한달 내내 수차에 걸쳐 면접을 요구하고 현덕군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의 품성대로 성심성의껏 응했겠지.

드디어는 그 회장이 최종 면담에서 '차장급 무역팀장이 아니고 이 회사를 맡아 줄 수 없겠소?' 하였다는 거야.

 

 바로 현대판 남성 신데렐라가 탄생되는 순간이지.

권투로 치면 홍수환의 4전5기 역전 KO승보다 더 통쾌하고, 야구로 치면 9회 말 역전 만루홈런보다 더 극적이지 않은가?

차현덕군을 잘 아는 나는 그 얘기를 들을 때 강태공의 고사가 생각났다면 비유가 너무 과장된 것일까?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의 10년은 강태공 시대의 100년보다 더 긴 세월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회사는 동아금속주름관(주)라는 기업으로 연간 매출이 약 200억원에 이르며 금융구조가 대단히 건실한

수출위주 건축자재 제조업체라 하는군.

차군은 지난 10월1일부터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 중이네(HP 017-401-0701)

 

우리는 강태공의 고사를 잘 알지.

나이 80이 되도록 글공부하며 때를 기다리던 중국 산동지역 위수강변의 낚시꾼.

미끼 없는 낚시로 세월을 낚은 것으로 유명하지.

마침내 위수를 지나던 주나라 문왕이 그를 알아보고 재상으로 발탁했고, 그는 문왕과 뒤를 이은 아들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 시대를 활짝 연 고대 중국의 영웅임을 익히 들어 알지.

 

 차군은 10여년의 인고의 세월이 밑거름이 되어 훌륭한 경영자로서 우리나라 경제 산업계에서 큰 역할을 할것으로 확신하네.

그리고 며칠 전 LG스포츠 김영수군의 사장취임을 다 함께 축하하여 이들을 비롯한 모든 동창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기량을 한 껏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으로나마 힘 껏 성원하세나.

 

 세모에 즈음하여 모든 동무들 知足知分하며 우리끼리라도 오손도손 서로 아껴가면서 좋은 일 나쁜 일 빠지지 말고 연락하세나.

그리고 주말에 시간여유 있으면 아무 부담없이 산행모임에 나오게나.

거기에는 항상 만남의 즐거움이 있지.

 

그럼 명년에도 건강한 몸으로 또 봄세.

 

 

 

 

 

      정연수

           경사로세, 경사로세 ! 근데 왜 한달 반이나 지난 이제야 ... 12-20  

 

      김해진

           고운 글 잘 읽었습니다. 모두들 자주 만나서 즐깁시다. 12-20  

 

      이공욱

           오너 회장의 테스트 기간이 있을테니 나도 숨죽여 지켜볼 수 밖에.

           이제 석달이 다 되가고 본인도 하는일에 신바람을 내고 자신만만해 하니

           현덕이 눈치보며 어렵사리 공표하네. 12-20  

 

      이창걸

           좋은 소식 전해준 공욱이 고마우이. 우리나이에 선물도 이런 선물이 있을까? 12-20  

 

      송보호

           2004년 최고의 글이 아닐지. 12-20  

 

      이윤우

           친구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는 우리 친구들의 모습.

           어디에서 이런 친구들을 볼 수 있을까요?

           오직 감사할 뿐입니다. 12-20  

 

      오정희

      공욱씨의 글은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농익은 최고의 장 맛이 나지. 진짜 구수해...끄덕여져...

      글 읽는 재미가 붙어, 끝나면 아쉬워... 12-20  

 

      이미자

           공욱씨 글을 읽으면 가슴을 한 번 휙 휘저어 놓는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정말 우리친구들의 멋진 삶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

      이렇게 좋은 소식 전해 주시고 금오도 여행을 마련해준 공욱씨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2-21  

 

      조경현

           현덕氏 소식...정말 고맙고 고맙습니다.

           공욱씨도...어릴때 글짓기 장원 출신 이신가요?

           참말로, 감칠맛 나게 쓰십니다.^^ 12-21  

 

      이인숙

      얼굴도 생각이 나지 않는 동문 소식이지만- 찡하게 -정말로 내일처럼 기쁨이 크네요. 축하 축하드려요.

           또 꽁욱씨 글들이 점점 맘에 드네요.^^^^^^ 우짜까 ? 12-21  

 

      이은식

      급변하는 시대의 10년...강태공시대의 100년이라...공욱씨 앞으로 300년만 홍자(?)누리며

      재미나게 지내자구요!!!

      친구의 쾌거를 진심으로 기뻐하는 '싸나이 마음'이 잘 나타나있는 근사한 글, 잘 읽었습니다~~ㅇ!! 12-21  

 

      이공욱

      두서없는 글을 좋게 봐줘 과찬해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글이라곤 이곳 까페에 써 본 것이 처음인데 사실 어떨때는 써 놓고 나서 이것이 내가 쓴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스스로도 재미있어 자주 보며 대견해 하곤 합니다.

      그러나 밑천도 짧고 바쁜 부하 직원에게 워드 자주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구 해서 간간히 올리는 실정입니다.

      어쨋든 동창회 데뷰를 기화로 생각지도 못한 글칭찬까지 듣게되니 영광일 뿐입니다. 12-21  

 

      오부근

      현덕아! 우리 15년 전에 제주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기억을 생각하며 전화를 했노라----.

      정말로 자랑스러운 부고인들이다.

      그때 15전에는 무서울 것이 없엇는데 ---? 하지만 귀하의 멋진 등극을 축하하오며 건승을 기원합니다.

      또한, 공욱이의 청국장 냄새나는 글솜씨는 훈훈한 겨울이 될 것입니다.ㄱ ㅅ ㅎ네----. 12-21  

 

      최영해

      공욱씨, 담담하면서도 구수하고 진심어린 친구사랑의 마음이 농익어있는 글, 뭐라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청국장 냄새나는 글이라,, 아주 좋은 표현인 것 같아요.

           좋은 소식과 좋은 글, 한해를 마감하는 이 즈음에 아주 기분좋은 소식입니다. 12-21

 

 

 

 

 

어느 전직 은행원의 바빴던 어제 하루

 

              이공욱  05-06-23 09:23 | HIT : 264

 

 

탕 탕 탕

 

DMZ내 한 소초에서 육군 김일병이 동료 8명을 사살했다는 뉴스가 요 며칠 사이 온 나라를 시끌벅쩍하게 만든다.

 

탕 탕 탕

 

육군 쫄병으로 제대한 지 30년 된 한 전직 은행원이 카빈 총알 10발을 과녁을 향해 쏘고 있다.

운 좋게도 총알의 대부분이 과녁에 명중되자 의기 양양하여 같이 사격한 30명의 젊은 경비대원들 앞에서 한껏 폼을 잡는다.

과녁을 들어 보이며 '자, 다들 보았지! 이래뵈도 육군 27사단 교육대 조교 출신인 거 알고나 있나?'

은행원 출신이라고 얕보지 말라고 얼르고 있다.

 

거제도에 내려온 지 두 달 반. 점점 이곳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맡고 있는 주된 일은 대우 조선의 후생복지 관련 업무와 조선소 경비업무다.

약 5천 세대의 아파트와 부속 골프장 관리, 조선소 내 20여 개 식당 시설 관리(한끼에 2만 명 소화)

그리고 약 150만평의 대우 조선소 경비업무다.

 

오전은 부하직원의 일일보고와 업무결재 그리고 이어 임원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오후는 이곳 저곳 현장을 둘러보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아파트단지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니 갈 곳 많아 좋다.

수천 세대니 여기 저기 손볼 데가 끝이 없다.

단지 내 꽃, 나무는 때맞춰 다듬어 주고 있는지, 골프장 잔듸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수십 개 식당은 삐그덕 거리지 않고 잘 돌아가는지 (평균 1개 식당이 한끼 천명 씩 소화)...

은행원의 완전한 변신이다.

 

조선소 내 초소도 몇 군데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정문을 통과하니 제복 입은 경비대원이 우렁차게 거수경례로 근무 중 이상무를 외친다.

이럴 땐 나 역시 거수경례로 폼 나게 답해준다. '계속 수고해!' 사실 이들은 육군 헌병 이상으로 군기가 들어 있다.

 

내일 아침은 금년 상반기 사격훈련이 있는 날이란다. 그래? 오랫만에 나도 사격 좀 해봐야겠다.

'내 실탄 몫까지 챙겨! 차질 없도록!' 변신한 은행원 갈 데까지 가보는 거다. 계속 고.

 

경비 초소를 두 군데만 들러 허우대가 장승 같은 놈들 몇 놈 어깨 두드려주고 나온다.

오늘은 특별히 갈 데가 또 있다. 4시에 섬에 들어가는 배를 타야 한다.

장승포에서 배로 30분 정도 가면 울창한 동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지심도라는 섬이 있다.

이번 주말 친구 내외를 거제도로 초청한 바 있어 이곳 섬에서 낚시하면서 하루 민박하면 어떨까 하고 사전탐색 행차다.

이곳 토박이 경비대원들의 에스코트와 사전 연락으로 모든 게 순조롭다.

민박 주인은 낚시 장비 일체를 준비하고 있으니 빈손으로 오란다. 횟감과 매운탕 정도의 어획도 충분히 보장한다고 장담한다.

온 김에 섬의 동백숲 비경을 둘러보고 싶으나 저녁에 회식 약속이 있어 회군할 수 밖에  없다.

 

저녁 7시. 20여 개 대규모 식당에서 근무하는 요리사, 조리사 등과의 회식 모임이다.

남정네는 불과 수명.  20여명의 여인들과의 회식이 흥겹지 않을 수 없다.

거제도 늙은 총각이 오늘따라 꽃밭 속에서 짙은 분 냄새 듬뿍 맡으니 정신이 몽롱하다.

에라 모르겠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취하고 보자.

취중 추태에 질색하는 여동무들 간혹 있는 것 같으나 이곳은 거제도로 나의 해방구다.

취중 추태 논란은 더 이상 내 알 바 아니다.

 

쓰린 속에 잠을 깨니 벌써 새벽. 출근 전 골프장 점검 라운딩하기로 되어 있는 날이다.

골프장 상태 점검차 1주일에 한번씩 새벽 라운딩을 선언하고 졸개들과 골프를 겸사 겸사 즐기고 있다.

이들은 공짜 라운딩이라 자기 차례가 오기만 기다린다. 내가 못나가 이들을 실망시킬 순 없지!

 

Par3,4,5짜리 3개 홀을 3번 돌면 2시간. 5시부터 7시까지 라운딩하고 출근하면 딱 맞는 시간이다.

속이 쓰리니 잘 맞을 리 없지만 새벽공기만은 상쾌하다.

 

이어서 오늘 따라 중요한 아침 일정이 남아 있다, 골프장에서 급히 내려와 옷 갈아 입고 사무실 대신 사격장으로 직행한다.

통제관 지시 하에 엎드린 자세에서 카빈총을 어깨에 대고 한쪽 눈을 감은 채 방아쇠를 당긴다.

탕! 이어서 사방에서 탕탕탕 총탄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한참을 쏴대니 반동 충격으로 어깨가 뻐근하다.

 

사장이 어제 저녁 회식 때문에 속이 아직 쓰리다면서 나의 상태를 묻는다.

그래서 유난히 바빴던 아침 내력을 대강 얘기하니, 사장 왈

'이공욱 전무님은 참 잘 내려 오셨습니다. 어제 밤에는 새로온 임원에게 잘 보일려고 앞 다투는 그 많은 여인들 틈에 푹 빠지고 ,

아침에도 골프라운딩을 공식적으로 즐기고, 이어 공기총도 아닌 진짜 총을 은행원이 어디 가서 쏴 볼 수 있겠습니까!'

라고 은근하게 한 마디한다. 이 몸은 그래도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자리 하나 내 놓으라고 해서 온 몸 아닌가.

 

이곳이라고 양지만 있을 턱은 만무! 텃세가 없을 리 없고....

그러나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지 여부는 매사 자기 마음 먹기 나름이며 저지르기에 달렸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잡는다.

혹시 내가 너무 늦게 내려 온건 아닌지? 그러고 보니 사실 난 은행원 체질은 아니었잖는가? 하고 오늘따라 자문해 본다.

몇 년 남지 않은 샐러리맨 생활. 즐겨야지!

 

 

<추서 : 동무들의 개별 내방을 항상 환영함.>

 

 

 

 

      김해진

           물론 양지만 있는 것은 아닐테지..

      그래도 좋은 쪽만 알려주고, 즐거운 마음만 가지려는 공욱의 각오에 적극 동조하고 싶다.

           언제나, 행복한 근무가 되시길..... 06-23  

 

      이재현

           이공욱 장군!!!

      이건 완전히 이순신 장군이래로 우리나라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한 장군으로 새로 난듯하여

      존경심이 절로 나네.

      정말 멋지다. 졸병들의 거수 경례에 사격연습, 그리고 섬에서의 낙시와 절경에서의 골프등등...

      호사다마라고 총기사고 안 나게 조심하게. 06-23  

 

      조경현

           어제,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어찌나 物價가 비싼지...특히 魚類,

           그 이야기 쫌 쓸라고, 게시판 열었다가....공욱씨 글 읽고는,

           엄청 재미가 나서...내가 할 이야기는 다 까무거땅. ㅠ.ㅠ 06-23  

 

      조경현

           그나저나...재현동무, 얼굴두 까무거땅. ㅠ.ㅠ 06-23  

 

      정연수

      환상이구먼 !!! 근데 지금 워떤 세상인데 아직두 카빈총 운운혀~.

      M-16 대신 한국형 K-2 쓴지도 오래되어 요샌 뭐 쓰는지도 모르것구먼. 좌우간 멋쟁이다.

      파아란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새벽 라운딩하구, 또 그 파란물에 낚싯대 드리우니...

           진짜 장교출신이 한 번 검열차 갈테니, 점호 준비 잘 하길... 06-23  

 

      한대교

      여수시절보다 더 즐기고 있는 듯. 체중도 많이 줄이고- 골프는 조만간 싱글이 되어 올테고-

      주말엔 상경하여 마나님 즐겁게 하고 ---그리고 청계산에도 얼굴을 내밀고-

      사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요. 거제도 아줌마들 우리 공욱군 눈웃음에 혼빠지것다.

           여자 동문들 공욱군 좀 말려줘요~~~~~ 06-23  

 

      박혜옥

           공욱씨!!!!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요.

           힘들지 않은 일 없겠지마는 그래도 공욱씬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아 보여요.

           늘 건강에 신경쓰시기를..... 06-23  

 

      이미자

           공욱씨 일상을 그려낸 그림같은 글이군요

           하루하루 열심히 사시고 즐겁게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06-24  

 

      이공욱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건지 정답이 없는 것이 인생사.

      커다란 용기는 없고 그저 주어진 여건에서 매사 약간의 모험을 즐기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 입니다.

      그래서 이 먼 남해바다 거제도섬에 그것도 금융업이 아닌 전혀 생소한 분야에 겁없이

      출사표를 던진 것 같습니다.

      모든 친구들이 easy- going 만하고 있진 않을진데, 나의 약간 오버한 글이 혹시 몇몇동무들의 마음을

      불편케 하진 않았을까 저으기 염려되기도 합니다. 06-24  

 

      이은식

           공욱씨!! 새로운 분야에서도 도전정신으로 즐기며 일하는 모습 조오~습니다요!!

      나의 약간 오버한 글이 혹시 ~~~ 어쩌구 저쩌구~~~ ' 쓰잘데없이 남을 의식하는,

      요 꼬리글 행간은 좀 구태의연하시구먼요!! ㅎㅎㅎㅎ

 

           난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easy-goer로 살고 있는데... ㅠ.ㅠ

           남쪽바다가 눈앞에 선하네...언젠가 갔던 금오도의 쪽빛바다~~~!! 06-24  

 

      김용민

           허 난 또...

           관련 자 회사에 내려가 말년 고참 병장 노릇하는 줄 알았지, 누가 새벽부터 경비 점검하는 줄 알았나

           암튼 그 나이에 진짜(?) 총 쏘고 새벽 라운딩하고 부럽네

           자네 글을 보노라면 , 자네 덕에 가 보았던 그 "금오도" 쪽빛 바다가 자꾸 어른거려

      내 조금 한가해지면 한번 방문해 보려구 다 늦게 재미붙인 남해바다 사진 좀 찍어 오려구... 06-24  

 

      황완영

      공욱성님~~~ 총잘쏘시나?? 나도 잘 맞추어서, 우리병원부대 대표선수로 나가서 부대검열도 받고.. 

      (군의관이 총쏘면 그 전쟁은 다 진거지).M16이 대위때 내 개인화기였지요. 하마터면 광주에도 갈뻔했어..

      하루는 권총주고 실탄주면서 대기하라고 할땐, 정말 큰일 났다 싶더만..

      영관 장교땐 권총만 주더군.. 권총은 하나도 안맞아.. 소총이 정말 잘맞지.. 06-24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공욱    06-02-21 15:10 | HIT : 225

 

 

 

얼마 전 거제도에도 눈다운 눈이 내렸다.

섬사람들은 수년 내 처음 보는 눈이라고 사진기 들고나와 여기저기서 기념촬영 하느라 분주하다. 

한겨울 내내 영하의 날씨는 며칠 되지 않는 이곳이다.

 

주중은 거제에서 그리고 주말은 서울에서 보내는 내겐,

서울의 코끝 찡한 추위와 겨울을 실감 할 수 없는 이곳의 봄날 같은 날씨를 며칠 상간에 맛보며 지내는 것이

처음엔 신기하기도 했으나, 차차 익숙해져 이젠 은근히 즐기기도 하는 나의 생활방식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사실 이곳에 있으면 서울의 모두가 궁금해 올라가고 싶고 서울에 있으면 또 다른 생활터전인 거제의 푸른 바다로

어서 달려가고 싶고...

 

2월에 들어서니 우리 동창들의 장한 쾌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사람 저사람 만나 얘기하다가 화제가 바닥나면 결국은 동창 자랑을 하고 만다.

나야 내세울게 없으니 얘기 끝에 그거라도 자랑할 수 밖에.

돌아서면 어쩐지 팔푼이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고 보니 여자 동문들이 더욱 잘 나가는것 같다.

 

이유가 뭘까? 하기사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가정의 경우 대체로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훌륭한 게 사실인 것 같다.

인내심, 양보심, 순간순간의 판단력, 부지런함 등등에서...

남성의 경우 더 이상 농경사회도 아니고 가부장 시대도 아니니 근력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보수적인 사고방식, 왕년에 대한 향수, 집착이 젊은 사람과 뒤섞여 있는 대부분의 사회 집단 속에서

오히려 이방인으로 내모는 것 같고...

 

어쨌든 우리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대부분 서서히 하산길에 접어든 느낌이다.

앞으로는 더욱 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현역에서 물러나는 동무들이 많아질 테고

건강 역시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을 것이다.

 

여전히 오르막을 향해 정진하는 동창들에게는 축하와 성원을 힘껏 보낼 일이나

먼저 내려온 사람은 많은 하산길의 동무들에게 이미 조금은 터득하였을 "자족하며 사는 지혜"를

자연스럽게 아르켜 줄 수 있다면, 새로 하산하는 동무들이 제2의 삶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

더 이상 아웅다웅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있는 삶을... 모든 것이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니까.

 

이 나이 되어서 왜 갑자기 동창모임이 활발해지고 또 각 지부 모임도 활성화 되는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세상을 어느 정도 살만큼 산 지금 주변을 돌아볼 때 무언가 허전해서 그런게 아닐까?

처자식 거느리고 허겁지겁 살아오는 사이 어느덧 새끼들은 커서 출가했거나

아니면 아직 슬하에 있더라도 이미 머리가 굵어져버려 어쩌다 애비 말에 순순히 응해주면 그것만으로도 대견해 할 뿐 아니라

어떨 땐 감동해 눈물이 날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리고 평생을 살아준 마누라에 대해 모두들 적지 않은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은

도덕심으로 중무장한 우리 남정네 동창들의 일반적인 감정임에 틀림없겠으나

사노라면 그것과는 별도로 그 무언가가 필요할 수 밖에...

 

그래 만만하게 술 한잔 할 수 있는 게 우리 옛 동무들 아니겠는가?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언감생심이라 그저 힐끗힐끗 곁눈질이나 하고 감히 말도 못 붙여 보던 여학생들을

이렇게 늦게나마 수작을 붙일 수 있으니 그런 데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다들 이미 초로에 접어들었지만 다행히 여동창이 있어 아직도 은근히 긴장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은

그래도 그 때 못한 연애질 이제야 해 본다는 그런 감정이 없다할 순 없겠지.

그렇다 아마도 이런 연유로 인해 우리 남녀 동창들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서로가 점점 더 소중한 존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제 우수도 지나니 이곳 거제는 봄의 모습이 완연하다. 여기저기 동백꽃이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의 봄은 고로쇠물 먹는 걸로 시작하는 듯하다.

어제는 직장 동료들과 떼로 몰려가 밤새도록 배가 터지도록 마셨다.

구례 지리산, 광양 백운산에서 나는 고로쇠보다 2주 이상 빠르다고 한다.

역시 이 곳 거제는 봄이 오는 길목인가 보다.

 

작년 4월 거제에 내려온 이래로 틈틈히 이곳 저곳을 탐방하고 있는데 이곳 남쪽 섬지방의 풍광에 절로 감탄이 나오곤 한다.

그리고 내려오길 잘했다고 내심 크게 만족한다.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 두번째로 큰 섬이지만 해안선은 제주도보다 길다고 한다.

울퉁불퉁 들쭉날쭉한 해안선은 주로 절벽으로 되어있어 장관을 이룬다.

이곳 저곳 다닐 때마다 혼자 즐기기가 아깝다. 우리 동창들에게 보여주면 좋아할텐데... 어서 부르고 싶다.

 

허나 거제에 여차여차한 끈으로 이 몸하나 어렵사리 잡입한 처지에

오자마자 수십 명의 남녀 유람단 본진을 상륙시킨다면 이곳 촌놈들, 회사 놈들이

저 작자는 일은 않고 놀려고 왔나 할까 봐 그 동안 꾹 참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이 곳 사람이 다 됐고 그 동안 보아둔 곳도 많으니

우리 동무들을 4월 월례 산악등반 행사로 이곳에 초빙코자 한다.

풍광은 년중 어느때도 좋지만 그래도 온갖 꽃이 만개하는 4월초가 그 중 백미다.

분명 여수 금오도를 능가하는 봄나들이가 될 것이다.

 

정왕호 산악 회장님의 윤허가 내려진다면 최상의 코스와 일정을 짜 보일것이다.

행여 공욱이가 또다시 주제넘는 해프닝을 벌이는데 대해 눈쌀 찌푸리는 동무가 있을까 봐 염려되지 않는건 아니나

자기가 좋아 그러는 것이니 내버려두길 바란다.

일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은행 생활 끝내고 거제도 생활하게 될 줄 짐작이나 했었던가?

그러니 못 이기는 척하고 모두들 따라 나서게나!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하질않나!

여수 생활 접으면서 오딧세이(유리시스)가 끝나는 줄 알았건만 운좋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는데

오디세이가 어디 여행과 모험을 혼자 하던가?

모두들 함께해야 신바람이 나질 않겠나? 그리고 몇 년 후에는 어찌될지 그 누가 건강과 여유를 장담할 수 있겠는가?

 

멀고 가까운건 마음먹기에 달린 것.

나는 매주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그 까짓 거제가 뭘 멀다고?

푸른 남해 바다와 점점의 섬들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데!

꽃피는 춘삼월 한양의 묵은 먼지를 훌훌 털고 다 함께 학창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봄세!!!

 

 

       거제 옥포에서

       공욱이가

 

 

 

 

      김해진

           구구절절이 친구의 사랑이 느껴지는구먼....

           염치 불구하고, 한 번 더 어울려 봅시다. 그려!  고마울 따름... 02-22  

 

      정연수

      금오도 가던 날. 하늘과 물은 눈이 아프도록 파랗고 다도해 점점이 박힌 그림같이 예쁘던 섬들을

      가슴속에 담아오느라 바빴던 그 날이 생각키워지네요. 이번엔 사량도 ? 라고 하던데...

      어제 여의도 모임에서도 거제이야기로 한참 꽃을 피웠는데 오늘 아침 공욱거사의 초대장이 떴군요. 02-22  

 

      송보호

           내용 좋고 푸짐한 선물 좋고. 거침없이 넉넉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갈 수는 없지만 집에서 보는 후기와 사진들로도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주제넘는 해프닝 기대합니다!!! 02-22  

 

      박정숙

           축복받은 오디세이입니다. 02-22

 

 

 

 

에필로그

 

           이공욱 06-04-10 15:10 | HIT : 343

 

 

 

 

 다들 잘 올라 갔겠지. 오가는 시간 약 10시간 꼬박 버스 속에서 시달렸겠구만.

그러고 보니, 만 24시간 중 버스 속 시간을 뺀 나머지 14시간은 종일 몽쳐 다닌거네?

 

 적지 않은 일단의 동무들이 한반도 저 남단의 한 섬에서 컴컴한 꼭두새벽부터 이리저리 몰려 다니는 게

아무 패거리나 할 수 있는 손 쉬운 일일 수는 없지. 우리 동기들의 화목한 우애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덧붙인다면 대개 이런 일은 어떤 한 사람이 작정을 하고 설쳐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

그런 의미에서 동무들을 떠나 보내고 난 지금의 심정은 어렵사리 숙제를 끝낸 후의 안도감에 젖어 나른한 기분일세.

 

 사실 2002년 강원도 삼척 두타산 산행 모임에 데뷰하기 전까지는

직장생활에 바쁜 척하며 동창회 모임을 애써 외면 했었는데 마음 한 구석엔 막연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왜 없었겠냐...

언젠가는 나도 나의 역할을 할 때가 오겠지 하는 마음은 항상 있었지.

 

 그 후 나도 예상치 못한 해안지방 생활과 옛 동무들과의 함께 어울리는 뒤 늦게 알게 된 즐거움이

몇 번에 걸친 장거리 여행으로 이어진 것이지. 동무들을 초빙할 수 있었다는 건 영광이지. 바로 내가 럭키보이야...

 

 나 역시 거제도 망산 등정은 사실 청계산보다는 힘들 걸로 봤지.

그러나 힘든 산이라고 얘기하면 다들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할 것 같았어. 난 그 아름다운 풍광을 꼭 보여주고 싶은데.

그래서 시간은 대략 청계산과 비슷하게 소요된다고 했지.

사실 그날 약간의 황사가 있어 먼 바다의 섬들은 선명히 보이지 않았어.

속으로 불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구름 안 낀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야지.

 

 산행을 힘들어 하는 동무들 몇몇을 보니 앞으로 점점 힘든 산행은 어렵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군.

그런 면에서 이번의 산행은 더 늙기 전에 꼭 했어야할 산행코스가 아니었겠어?

 

 대우 조선소 방문도 그런데로 의미가 있었을 꺼야.

우리나라 대규모 산업현장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를 지탱하고 끌어가는 버팀목이거든.

그리고 내가 이곳 거제에 와서 남의 밥 먹으면서도 이들 데리고 재미있게 지내는 것 잘 봤겠지?

그러니 멀리 혼자 떨어져 있다고 너무 염려들 말게나.

 

 지심도 탐방도 그런데로 괜찮았지? 울창한 동백 숲과 고적한 산책로, 더군다나 한 떼의 미녀군단이 추는 꼭지점 댄스라...

말로만 듣던 꼭지점 댄스를 처음 보았는데 과연 볼 만 하데. 그런데 옥의 티가 하나 있었지.

이럴 땐 예외 없이 권오현군이 꼭 끼어서 물을 흐려 놓더라.

 

 4월에 들어서니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마치 인공위성 발사하듯 카운트 다운하는 심정이었어.

진달래는 미리 다 펴서 지지 않을까, 년놈들이 오기 전에 벗꽃이 다지면 안 되는데, 동백꽃은 그때까지 매달려 있겠지...

참 내.... 걱정을 사서 한다니까!

 

 정왕호 산악회장님을 비롯해서 오기로 해놓고 오지 못한 남녀동무들. 본인도 서운하겠지만 나도 서운타!

이 모든 걸 보여주려고 얼마나 노심초사했는데...

 

 세상이 복잡하다고 생각하면 한 없이 복잡하고 욕심을 조금 버리면 사는 게 그렇게 힘들 것도 없잖아.

결국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 산 아래서 만날 사람들인데 뭘. 남는 건 건강이야! 다들 몸 조심하라고!

 

 

             거제에서

             공욱이가...

 

 

 

 

 

      김해진

      날씨, 망산, 조선소, 지심도, 뱃길, 그리고 세 식당까지....정말 멋진 선택이었고 즐거운 하루였었다.

      더우기 올들어 가장 심했다는 황사에 갇힌 서울을 탈출하게 만들어 준 공욱의 날짜 선택까지.

           버스타고 올라 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

           우리가 거제도 구경하고 있을 동안만 좋은 날씨를 만난 거 아니냐!

           몇 날, 며칠 동안 수고했다. 고마워!!! 서울에서 또 보자. 04-10  

 

      한대교

     참석 못해서 정말 미안하고 안타까웠네. 여행 준비까지 마치고 출근하였는데- 예상밖의 일로 불참하게 되었네.       올 봄 초대형 행사에 참석 못 한 아쉬움을 자네 상경시 소주로 풀겠네.

     참석 못했지만 고마운 마음 이렇게 꼬리글에 남기네. 04-10 * 04-10  

 

      홍현숙

            몇번에 걸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공욱씨 감사합니다.

            완벽하게 볼거리 먹거리를 준비하셨어요.

            특히 "도다리 미역국"은 처음 먹어봤지만 해장국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이제 조금은 허탈하시겠죠?

            건강하게 서울서 다시 만나요. 04-10  

 

      최영해

      아름다운 친구들, 우리들에게 보여주고픈 진달래, 벗꽃이 질까봐, 동백꽃이 다 떨어져버릴까봐

      노심초사했던 공욱씨의 마음은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더 찐한 감동을 준다.

      산다는게 참 아름답다고 느끼게 해주는 공욱씨, 고마워요 !!! 04-10  

 

      최화숙

           지난번 금오도도 못 갔기에 이번에는 꼭 가려고 일찌감치 단체신청자로 올렸건만..

           친정엄마가 수술을 하시는 바람에.. 하이고~ 아수워라~

      대우조선앞 단체사진보니 공욱씨 덕분에 친구들 즐거운 얼굴이 마치 수학여행 간거 같더라구요.

           하루하루를 카운트다운 했다는 공욱씨! 너무 너무 수고하셨어요^&^ 04-11  

 

      이인숙

           공욱씨 ! ! 너무 고마웠어요.

           구경두 잘 하고 행복한 하루였답니다.--신발이 작아 망산에 못 올라간 것 빼고--

      참 !! 내가 회를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내 생전 그렇게 아까분 회를 남겨보긴 처음이랍니다.

      쫄깃하고 두터운 그 감칠 맛 나던 회들...... 아까버라.... 감사 또 감사!!!

      4월 30일엔 횡성에 꼭 오세요. 04-12  

 

      윤경자

     지금도 행복하다. 그 봄 바다.. 마냥 행복해 보였던 그 산의 나무, 꽃들로.. 정말 좋은 우리 친구들로..

     우리들에게 이 행복을 주기 위해 세심하게 준비한 공욱씨의 노력에 최고의 찬사를 드립니다.

     아! 정말 감동했어요! 04-13  

 

      이해창

      거제도 간 친구들은 다 좋아 한 것 같아 서울에서 내려갈때나 서울에 올라 올때나 아무말들이 없었으니..

           강행군인데도 불구하고 말을 잘 듣는 순한 양 같더라구 ....

 

    망산 참 좋은 산이고 코스도 일품이었구(월간 산에 안내된 산행길보다 좋았음)

    도다리해장국 넘 맛이 있어서 아침에 밥을 두 그릇 먹었지 새벽 5시에 밥이 두그릇 들어가더라구 ^^*^^

 

           하여간 공욱이 수고 많이 했구 고마웠어 .... 04-20  

 

 

 

 

 

 

즐거운 해외여행

 

             이공욱 06-08-22 11:47 | HIT : 295

 

 

 

얼마 전 여름휴가를 맞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제 해외여행은 아주 흔한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나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두서차례 해외를 다녀온 셈이다.

 

내 주변을 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다녀온다. 게 중엔 골프 값이 오히려 싸다며 동남아를 옆집 드나들듯이 하기도 한다.

우리 어릴 때 시골 사람 서울 구경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여행 성수기 때가 되면 이런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요사이의 흔한 말로 이런 분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집사람이 여행 가자고 충동질 한다.

근력 있을 때, 소득 있을 때 열심히 여행 다니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여자들은 이런데 돈 쓰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는 모양이다.

 

해외여행! 좋다!

이국의 낯선 풍물과 신비한 자연환경에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관광코스라는 곳이 다 신기하고 유명한 곳 아닌가.

그러나 이번 여행은 그 동안의 경우와는 달리 비교적 장기간인 9일을 24시간 붙어 다니다 보니 여간 불편치가 않다.

최근 수년간 주말에나 서울 올라갔다가 허겁지겁 다시 내려와 혼자 지내는 객지생활에 익숙해 있는 사람에게

마누라와 9일간 딱 붙어 지내는 건 보통 고역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마누라 못마땅한 점이 확대돼 눈에 들어온다. 웬 잔소리가 이리 많을꼬.

이 닦아라, 발 씻어라, 빤츠 갈아 입어라 등등…. 거기다가 상점만 눈에 띄면 자석에 끌리듯 빨려 들어간다.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사고 싶어서 안달이다.

별로 필요치 않을 것 같아 욕심 부리지 말라고 하면 모르면 가만히나 있으란다.

국내선 비싸므로 이곳에서 사는 게 실은 버는 것이라고 한다.

무슨 놈의 계산방법이 돈을 쓰는 게 버는 거여?

나중에는 아예 포기하고 상점 밖에서 나올 때까지 죽치고 기다린다.

 

반면 마누라는 나보고 홀아비 생활에 젖어서 그런지 옛날보다 더 불결해졌다고 한다. 내 원참.

어릴 때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 꼭 이를 닦으라는 국민교육을 받은 바 있어 열심히 실천해오고 있는데

마누라는 매 끼니마다 닦으라고 한다.

하루 3번? 이빨이 닳아 남아나겠어?

 

현지 버스 여행 중 할 일이라고는 바깥 경치 구경하는 것뿐 신기하고 경탄스런 풍경도

며칠이 지나면 시큰둥해 지는 것은 당연지사. 

무료를 달래기 위해서는 옆 사람과 술 한 잔 나누는 것이 최고의 시간 보내기다.

 

여행 중 술 한 잔으로 얼굴 익힌 사람들이 그것으로는 부족하여 저녁 식사 후 자기 방 호실을 알려 주곤

서너 명이 밤에 다시 집합한다.

오밤중까지 이 얘기 저 얘기하다 취해서 방으로 돌아오면 마누라 입이 한참 나와 있다. 

이러려면 뭐 하러 여행 나왔느냐고.

가만히 있는 주변사람을 내가 술 한 잔 하자고 부추긴다나, 어쩐다나.

어쨌든 모처럼 나온 해외여행. 남들 앞에서 대놓고 얼굴 붉힐 순 없고….속으로 꾹 참는다.

자기도 내가 묻는 말 외에는 얘기를 않는다.

그리고 겨우 한다는 얘기가 말년에 구박 받을 짓만 골라서 한다고 겁준다.

 

난 해외여행 체질이 아닌 것 같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장시간 비행기, 차 타는 것도 지루하고, 처음엔 대단했던 풍경도 이내 시들해진다.

그래서 집에 돌아 올 때는 항상 즐겁다.

그러나 마누라는 가능한 더 있고 싶어 한다.

서로 코드가 안 맞는 셈이다.

다음 번에 또 가자고 하면 따라 나서야 하나? 아니면 어떤 핑계를 대야 할까?

에이, 그때 가서 보자.

내가 달라지던지, 마누라가 달라지던지 무슨 수가 나겠지…….

 

 

 

 

 

      김해진

            ㅎㅎㅎㅎ...그래도 제목은 "즐거운 해외여행"이네 그려!!

            너무 길게 잡은 것 아냐? 조금 짧게, 자주, 여러 번... 이게 나은 것 아닌지...

       누구나 코드는 안 맞는 법일 게고,,, 얼마나 잘 참느냐가 관건. 말년에 구박 안 받으려면 말이야!!! 08-22  

 

      홍현숙

            공욱씨는 거제도에 있는게 더 좋다는 얘기?

            코드가 잘 맞아서 사는 부부가 몇이나 되겠어요? 맞추며 사는거지

            행복한 고민?

            말년에 부인께 구박 안받으려면 절충하며 맞춰가세요...ㅎㅎ

            빨리 나가야지...휘~ 리~ 릭~ 08-22  

 

      이은식

            ㅋ~ㅋ~ㅋ~ !! 전형적인 한국 부부의 모습이다~ㅇ!!

       수줍던 소녀-->당차고 씩씩한 아줌마à 잔소리 마누라 "이것이 여자의 일생이다!!"

            호기심 소년-->일밖에 모르던 가장--> 고집부리고 배째라 말 안듣는 아저씨"

            피장파장 아닙니까?? ㅎㅎㅎ 08-22  

 

      조경현

            무슨 놈의 계산 방식은...해외에 나가면 바뀝니다요.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공욱씨! 이 거 본인이 자판 치신거유? 08-23  

 

      황완영

      공욱성님~~~~ 여행 가서 먹거리가 참 중요 하죠... 근디 술은 좀 삼가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주변사람들 불러서 같이 술마시자고 하면 싫어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특히 그들의 부인들이 아주 싫어하겠지요.. 그 부인들이 성님의 부인에게 컴플레인할거구요.. 하하하하..

      그러면 당연히 형수님께서 형님을 구박 할거구요...마나님들의 쇼핑은 이미 정평난거구요..

      그런 것에 비용을 대줄수 있는 거가 "행복"아니겠수???? 08-24  

 

      최영해

      공욱씨 마눌님은 공욱씨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저~ 함께 있고 싶어하다니 !! 그러니 행복한줄 아셔유 !!       

      난 옆지기와 하도 붙어 있어 그런지 떨어져 있으면 홀가분하고 자유로워 좋던디... (쉿~~ 이건 비밀이여 !!)

      이번 여름 모처림 둘이 안가고 친구부부들과 떼지어 휴가를 갔더니 더 재밌더라구요. ㅋㅋ

      더구나 옆지기 친구 부인 중 부고 25회 후배가 있어 날 선배로 모시니

      상전노릇 하며 지내는 재미도 한재미데요.   ㅎㅎㅎ 08-26

  

  • profile
    김해진 2022.03.14 12:38
    이번의 사진은 공욱의 초대로 간 거제 조선소 앞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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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95 [선유도 공원] 바람의 노래 file 김용민 2023.03.20 2501
2594 [ 양수리 - 5] 봄이 오는 길목 file 김용민 2023.03.12 2710
2593 누가 이사람을 아시나요? 조경현 2023.03.07 2641
2592 < 모노 스케치 > 혼자 걷는 사람들 1 file 김용민 2023.02.22 2666
2591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조경현 편 --5 1 file 김해진 2022.06.06 3699
2590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토요산행 편 --1 1 file 김해진 2022.05.30 3726
2589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옛날 우리들 편 --4 1 file 김해진 2022.05.23 1406
2588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옛날 우리들 편 --3 1 file 김해진 2022.05.16 1291
2587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옛날 우리들 편 --2 1 file 김해진 2022.05.09 1311
2586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옛날 우리들 편 --1 1 file 김해진 2022.05.02 1454
2585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김용민 편 --4 1 file 김해진 2022.04.25 976
2584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김용민 편 --3 1 file 김해진 2022.04.18 1434
2583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이은식 편 --4 1 file 김해진 2022.04.11 1614
2582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이은식 편 --3 1 file 김해진 2022.04.04 1652
2581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조경현 편 --4 1 file 김해진 2022.03.28 1799
2580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조경현 편 --3 1 file 동기회 2022.03.21 1993
»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이공욱 편 --2 1 file 김해진 2022.03.14 2023
2578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이공욱 편 --1 1 file 김해진 2022.03.07 1732
2577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김용민 편 --2 1 file 김해진 2022.02.28 1299
2576 옛 홈피에서 옮긴 좋은 글 --- 김용민 편 --1 1 file 김해진 2022.02.21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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