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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Life · Dream ·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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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들을 떠나보내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글쓴이: 공선생 조회수 : 60     02.04.16 12:22

 

 

 

지난 3월 이재현 산악회장님은 20여명의 동창과 함께 4월 14일 두타산을 등반할 계획이므로

삼척에 있는 나도 동행할 것을 권유하였다.

동창회에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던 터라 그동안의 왠지 모를 미안함을 일거에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로서는 호기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동무들의 즐거운 산행에 일조를 할 수 있을까 하여 예상되는 등반코스를 보고 또 보고

거의 암기하다시피하는 한편,

행여 낙오병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아파트계단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다리힘을 키우기 어언 한달.

그러나 댓재고개를 통한 두타산 정상정복코스는 봄철 산불을 염려한 당국의 입산금지 조치로 물거품이 되었다

D데이 불과 4일전에 알게된 것이다. 아뿔사......

 

나는 혹시 우리 동창들이 이 먼 곳을 포기하고 다른 데로 행선지를 바꿔

지난 한달간 동무들의 내방을 학수고대하던 나를 허망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고심끝에 대안을 마련, 변경된 계획을 이재현 회장님께 황급히 상신하였다.

‘무릉계곡, 환선굴 코스도 못지 않다야아'. 회장님은 흔쾌한 응답과 함께 참여할 동창이 30여명에 이른다고 알려오며

은근히 나의 부담 증가를 염려한다.

 

쓸 데 없는 걱정이다.

동창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일거에 만회하고자 기꺼이 호스트 노릇하기로 작정한 마당에

많이 올수록 더욱 즐거운 일이 아닌가.

이곳 삼척에서의 생활은 푸른 바다와 높은 산이 있어 풍광이 뛰어나지만

사실 말 터놓고 지낼 동무가 없어 적적하고 사람이 그립던 터다.

그러던차 30여명의 동무가 한꺼번에 내려 온다 했으니 신바람이 절로 나지 않을 수 없다.

子曰,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공자왈, 친구가 있어 스스로 먼곳에서 찾아 오면 이또한 즐겁지 아니 한가)라고 했거늘....

 

정말 오랜만에 즐겁고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아침 무릉계곡산행부터 환선굴 탐방을 거쳐 저녁 회식때까지 하루종일 유쾌했다.

늙어가며 동창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하나같이 소중한 동무들이다.

다만 여자동무들을 죄송스럽게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은 그 동안의 게으름 탓으로 당연한 자업자득이다.

용서를 빌 뿐이다.

 

사실 상상으로 막연히 펑퍼짐한 아줌마들로 변해 있겠지 하고 생각하였으나 예상과는 달리 곱게 늙어가고 있다.

이 정도 나이에 이 정도 모습이면 자랑스레 나의 여자동창이라고 내세울만 하다.

'난 임마 고등학교 여자동창도 있어, 짜식. 넌 있어? 있어? 시시한 학교 나온 놈들...'

남자동창들도 세월의 무상함을 잊게 할 만큼 그저 옛날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년놈들 모두의 만수무강을 빈다.

 

우리 동무들도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다들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괜히 나만 흥분하고 있는 건지...

아무래도 좋아.

그날 저녁 회식 중 이재현 회장님께 당초 목표였던 두타산 정상정복을 10월중 재차 감행할 것을 건의하였고  회장님은 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셨다.

가을에는 송이버섯 요리를 준비하라는 정연수 동창회장님의 분부 역시 당연히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접수하였다.

 

이곳 두타산의 가을단풍은 선남선녀들이 노니는 별천지로 유명하다.

이번 산행에 참가하는 동무들은 물론 다 와야 할 것이고 그외에 더많은 동무들이 왔으면 좋겠다.

간이 동창회를 이 곳에서 열자꾸나.

우리 소중한 남녀동무들 6개월후에 또 보재이. 그 동안 옥체보전 잘하그레이......

 

삼척에서 공욱이가.

 

 

 

 

   ****  이와 관련된 그 날의 산행 후기도 함께 올린다. ****

 

 

   아 ! 두타산 !!!

 

         글쓴이: 최영해  조회수 : 68  02.04.15 10:49

 

 

 

   오전 6시 40분 참석예정자들이 다왔는데 자리가 모자란다.

   여동문 13명, 남동문은 21명. 35인승으로 알고 있는데 28인승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차를 바꿔보려는 노력도 잠시 해보았지만 여의치않아 승용차 한대가 더 가기로 하였다.

   그래도 순순히, 스스로 나서주는 용민씨가 고맙고 기특?했다.

 

   모두들 자리에 앉고 나니 그동안 서서 오르락내리락하던 내자리가 없넹.

   잉~? 승용차편으로 가기로 하고 버스 떠난 자리에서 용민씨 차를 기다려보는데 차는 오지않구,,,

   여기저기 전화를 꾹꾹 놀러봐도 받지 않구,,,

   아,, 그 조바심이란.

 

   다행히 은식이와 전화접선이 되었다. 나 여기 기다리고 있노라,

   승용차에서 내가 그 쪽 차에 함께가려는 걸 모르는거 같으니 얼렁 연락해서 날 태우고 가라고

   나으리한테 전하고라고라.

   나으리의 지시대로 부지런히 승용차 있는 곳을 향해 정신없이 걸어가고 있는데

   그제서야 나타나 날 반갑게 부르는 권오현씨,

   에구,, 승용차에 내자리 하나 남았는디 지금 여기서 만나문 워쩔꺼야유..

 

   김용민 일당을 만나니 권오현씨까지 6명이 됐다.

   잠시 가다가 톨게이트 빠져나가는 지점에서 버스와 만나 다시한번 좌석배치를 마치고

   본격적인 두타산행 수학여행길?에 올랐다.

   꼭 수학여행가는 기분이더라구요.

   원용국과 김용민, 안기오, 은식이와 나,

   와~ 우리 정말 내내 배꼽빼놓구 갔어요.

   나중에 멤버체인지한 이해창씨, 하튼 즐거운 여행길이였지요.

 

   두타산 초입 주차장에서 삼척에서온 이공욱씨가 합세하여 35명 일행이 함께한 등반.

   엄청 반가워 하데요. 아, 이 얼굴이 이공욱였구낭, ㅎㅎ

   조금 짧은 코스를 잡았지만 볼거리가 많았던 두타산행,

   그 깍아지른 암벽의 계단, 그길을 날다람쥐는 쪼르르 줄타고 잘도 내려가데요.

   즐거운 점심식사를 계곡 바위위에서 모두 함께 하고,

   여기저기서 학창시절처럼 나란히 포즈(조금 촌스럽지만 우리 사춘기시절 사진밖을때 많이 취하던 포즈 알지?)를

   취하며 사진도 찍구... 무릉계곡에 있는 넓은 바위에서 단체사진을 박을때

   헤쳐모여하는 그 짧은시간을 이용한 세족,

   안 해 본 사람은 아마 그 기분을 모를 것이구면유.

 

   다시 30분정도 이동하여 간 환선굴,

   동굴이라는 건 다 나름대로 특이한 볼거리가 많은데 이 곳 역시 들어가는 입구에 비하여 작은 동네를 방불케하는

   그 넓은 동굴내부가 볼 만했지요.

   조금 아쉬운건 동굴 내에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선지는 몰라도,

   너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의 손을 댄 것, 난간과 설치물을 너무 많이 하여

   태고적 동굴의 느낌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감상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디다.

   첨에 몇몇은 다리아프다구 동굴엔 안 올라간다고 하더니 정말 그곳에 가보길 잘했다고 하더군요.

   시원한 동굴속에서 1시간여를 이리저리 산책했으니..좋을수 밖에요.

 

   동굴에서 내려와 간 곳은 이공욱씨가 초대한 곳.

   철썩이는 바다를 보며,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짧지만 멋진 바닷가드라이브를 하여 간 횟집.

   그곳에서 맛있는 진수성찬의 회와 아주 즐거운 21산악회 모임의 진수를 맛볼수 있었습니다.

   횟집 가는길에 삼척시내의 이공욱씨가 근무하는 산업은행에 잠시내려 단체사진한장을 다시 박구.

   그 사진 은행사보에 실린다네요.

 

   정말 즐겁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이공욱씨 고마워요.

   그리고 21산악회 회원 모두님, 정말 즐거웠죠?

   21산악회 화이팅 !!!

 

   버스를 대준 김여영씨와 계속 사진을 찍어준 21왕찍사 이명식씨,

   시다봐리찍사 이인상씨, 고맙습니다.

 

   (원용국전임회장왈, 35인승으로 해주기로 했는데 28인승였으니 담에 다시 35인승으로 해줄꺼 남았다고 하데요.

    그러니까 김용민씨 왈, 저너므 쥐딩아리만 살아서... 해서 또한번 웃었습니다.)

 

 

 

 

 

신관동별곡

 

             글쓴이: 이공욱   조회수 : 65   02.07.23 12:27

 

 

 

사람이 살다보면, 특히 직장이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생활하 다보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물 위에 떠있는 나뭇잎처럼 물결치는 대로 흘러가곤 한다.

직장따라 이 곳 삼척에 온 지 일년 반이 되었다. 은행내에서도 삼척 지점은 일종의 휴양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그 곳 역시 떠나야 하는 것이다.

 

새벽의 어둠을 뚫고 바다를 차 오르는 커다란 불덩이를 보며 일출의 장관에 숨을 죽이던 곳.

인근의 두타산과 무릉계곡, 긴 백사장에 해당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맹방해수욕장,

그리고 동양 최대 규모라는 환선굴 등등.....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예사롭지 않다.

머리속에 깊이 각인하고자 보고 또 본다.

알퐁소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주인공 소년이 결국 올 것이 오고 난 후에야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쳐버린 지난 일들을 아쉬워 하듯이.... 언제 또 이 곳에 와서 이런 나른한 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남녀동무들의 집단방문은 이곳 나의 생활에 하나의 충격이었다.

마치 오수를 한가롭게 즐기는데 흔들어 깨우는 것 같은...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만남의 즐거움. 멀리 혼자 떨어져 지내면서 나도 모르게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조금만 더 있다 가라고 그렇게 붙잡아도 시간이 없다며 박정하게 뿌리치고 서울로 휑하니 떠나던 년놈들.

내가 기껏 할 수 있었던 말,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지.

"가을산행땐 모두들 이 곳 두타산에 다시 와야돼"

 

삼척에서의 2002년 봄날은 그렇게 가고 있었다.

 

50년 역사의 삼척지점이지만 각박한 경쟁논리하에서 더이상 발 붙일 여지가 없었다.

강원도내 하나뿐인 산업은행이 이 곳에 있기에는 너무 奧地였다.

나는 이 곳 마지막 지점장으로서 현재 지점 폐쇄작업을 맡고 있다.

며칠 후 7월말이면 문을 닫는다.

 

곧 여의도 본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게 된다.

사람들 속에 다시 묻혀 사는 데에 빨리 익숙해져야 하겠지.

어차피 우린 서울에 뿌리를 박고 사는 사람들 아닌가.

이제 동무들도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새로운 서울생활이 기다려지는 까닭이네.

 

< 단언컨데 이 곳 두타산의 가을단풍은 정말 아름답다. 10월의 단풍산행 언약을 변경없이 추진되길 기대하면서....

이상 마지막 단신을 삼척에서 보낸다. 공욱이가 >

 

 

*****************************

 

     10월의 두타산은 물건너 갔다

 

               글쓴이: 이재현    조회수 : 59  02.07.25 13:56

 

 

 

     난 산업은행 삼척지점이 10월까지 못 버틸 꺼란 걸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서 10월 두타산 이야기 나오면 암 말 안하고 있었지.

     그러나 공욱이가 게시판에 올린 이상 더 이상 침묵은 안될 것 같아서 결론을 얘기한다. 물건너 갔다고오...

 

    그래도 지난 봄 잘 갔다왔고 공욱이는 거기서 나름대로 잘 있다 온것으로 보인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그게 복 받는 길이다.

 

 

 

 

 

南道에서 띄우는 便紙......

 

                글쓴이: 이공욱     조회수 : 130  03.03.05 10:53

 

 

 

물결따라 흘러 흘러 남도의 끝자락 여수로 흘러왔다.

서울생활 6개월 만에 재시도한 서울 탈출이 성공한 셈이다.

삼척서 낚시질하며 동해바다 물고기 입이나 찢어놓던 생활에 어느덧 익숙하다 보니 서울 생활이 갑갑하기만 하던 차다.

 

사실, 이 곳은 조선시대만 해도 대표적인 귀양지인데.......

동해안 삼척에서 남해안 여수라......

직장 동료들 사이엔 말년에 먼 곳만 떠도는 이 몸을 동정하는 놈도 있고, 또 적지 않게는 부러워하기도 한다.

전국8도 몇 개 안 되는 산업은행 지점 중 경관 좋은 곳만 골라 다닌다고.....지금 이 나이에 스스로 좋게 생각해야지.

 

이곳 여수. 광양지역은 여수석유화학단지, 광양제철소가 있는 공업지역이며,

최근에는 노무현 신정부에 의해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시대'를 여는 태평양 진출 전지기지로서

인천,부산과 함께 한 축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잘 모를 테지만, 현재 광양만에는 5만 톤급 콘테이너 선 33척이 동시에 접안하는

11km의 대규모 콘테이너 전용부두가 건설 중에 있다.

물론, 이곳에서의 내 임무는 이곳 지역에 산업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게 첫 번째 할 일이지만.......

 

허지만 사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천재일우 한려수도에 온 호기를 어찌 은행일로만 허송세월 할 수 있겠는가.

구비구비 흐르는 섬진강과 주변의 매화마을, 그 강 좌우를 병풍처럼 늘어선 지리산, 조계산, 백운산 등등

그리고 섬진강 끝자락부터 펼처지는 남해의 한려수도와 그 백미인 거문도, 백도 등 갈 수 있는 데까지 다 가봐야지.......

봄은 왜 이리 더디 오는 가. 오늘따라 쌀쌀하다.

春來不似春이라. 꽃샘추위가 며칠 계속될려나.......

 

봄놀이는 본래 떼로 몰려 다니면서 즐기는 게 제격일 것이다.

나만의 봄놀이는 흥이 반감될 게 틀림없다.

산천경계 유람하기 좋아하는 우리 남녀 동무들 어떻게 하면 남도 땅으로 모실 수 있을까.

이 곳으로의 나들이는 봄철이 제격이라는데......

 

그러나 뜻이 있다면 길이 있다고 약간 먼 것이 뭔 대술까.

집 떠나면 어차피 하루를 포기해야 하는 걸.

동무들 의기만 투합된다면 일정을 기꺼이 짜 보일 것이다.

지난 번 삼척에서처럼 호스트 역활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 역시 다시 한번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행여 나의 부담일랑 염려들 놓으시게나.

은행원이 돈 밖에 내세울 게 더 있겠나.

이 곳 지점장 천년 만년 할 것도 아닐테고......

 

이곳 여수에 내려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으나 이제서야 정돈이 좀 되어 동무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다시 홀아비 생활로 돌아가고 주변은 생면부지의 사람들 뿐이다.

사람들을 새롭게 익히는데 즐거움을 찾아야겠다.

동무들 소식을 카페를 통해 듣는 것도 즐거움에 하나다.

 

김용민 시인의 싯귀를 음미하는 것,

그리고 많은 동무들의 자의적인 해석에 맞어, 맞어하면서 속으로 맞장구 치는 것도 이 먼 곳에서 즐거운 일상사가 되었고,

또 권오현 군이 뭇 여자 동무들을 상대로 單騎匹馬 孤軍奮鬪하는 모습 역시 카페를 들여다보는 樂이 된지 꽤됐다.

文才가 뛰어난 여자 동무들을 감히 맞상대하다 보니 비록 고전 중이지만

그 와중에도 筆力 또한 일취월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저기 유머와 순발력이 번뜩인다.

시련(?)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이제 매사 하산 길에 접어든 우리 동무들, 하루하루를 知足知分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자구.

그리고 이번 일요일 산행(3월9일)에 동행하지 못하는 것을 애석하게 생각하며,

그날 산행서 나의 [4月 중 南道踏査] 제의를 진지하게 논의해 주길 이재현 회장님과 동무들에게 부탁하네.

 

여수에서 공욱이가

 

 

 

 

 

 

南道旅行

 

               글쓴이: 이공욱   조회수 : 149  03.04.14 14:11

 

 

 

동무들 무사히 돌아들 갔겠지. 즐거운 여행이 되었는지 모르겠군.

객지생활하면서 삼척에 이어 다시 한번 여수에서 이 많은 동무들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임에 틀림없다.

오랫만에 본 남녀 동무들 모두 표정이 밝으니 나 또한 흐뭇하고 마음이 가볍다.

 

이번 여행에 신청을 해놓고 참여하지 못한 몇몇 동무들.

보고싶은 얼굴들인데 여간 섭섭하지 않다.

미루어 짐작컨데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지난 한달 내내 흥분된 상태였다.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자랑삼아 얘기하곤 했다.

'사십여명의 고교동창들이 온다. 그 중 반이 여자다. 다른 학교 같으면 상상도 못 할 걸'

우르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올라가 버리니 허전하구나.

마음 같아선 며칠 강제로 붙잡아 둘 걸 그랬나보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새벽 등반이었을 것이다.

밤 중임에도 동무들이 자꾸 선두에 나서는 바람에 결국 등산길을 잃어버렸고, 나의 사전답사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캄캄한 새벽하늘엔 잔 별만 총총.

우왕좌왕 하는 속에 먼동이 트고, 지친 몸을 산중턱에 기대고 쉴 때 저 멀리서 붉은 해가 떠오르는 장관.

 

용감한 동무들은 앞장서서 새 길을 뚫어나가고 나머지 일행은 군소리 한마디 없이 뒤따르고.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드디어 산길을 찾았을 때의 기쁨.

이제사 여유를 찾은 동무들은 새벽의 신선한 공기를 흠뻑 들어 마시며 앞으로 나아간다.

보무도 당당히 수풀을 헤치면서. 크고 작은 산들이 눈 아래 펼쳐진다.

이 상쾌함. 어찌 말로 표현하랴.

 

남들은 곤히 잠들 새벽녘. 

남도 끝자락 어느 산속에서 조난이나 당하지 않을까 다들 가슴속엔 일말의 염려를 품으면서도

행여 일행의 사기에 영향이 미칠까 봐 내색도 못한 체 묵묵히 험로를 뚫는 우리들.

그런 우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성취감이요 쾌감이다.

모두의 노력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轉禍爲福. 잊을 수 없는 산행이다.

 

녹차 밭 견학은 차창 너머로 그쳐 아쉬웠지만 해수 녹차탕에 지친 몸을 담글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수에서의 생선회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나 자신 너무 과음해 회식 중반 이후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호스트 노릇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

 

대전과 부산에서 참여한 동무들, 그리고 이번 여행에 처음 대면한 여자 동무들,

오랜만에 본 병구, 차멀미도 무릅쓰고 달려온 강정희, 한명숙

그 외에 정연수 회장, 이해자, 신대옥 부회장, 원용국 원정대장 등

이번 여행에 참여한 모든 동무들 조만간 서울 산행서 재회할 수 있길 기대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년놈들의 건승과 건강이 계속되길 기원한다.

 

 

여수에서 공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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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진 2022.03.07 17:30
    이번에는 안희영씨의 강화도 사진을 이용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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