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게

by 김용민 posted Oct 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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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공원/  Digital








11월 에게 

공원 화장실 하얀 벽 위를
먹물 덩어리 같은 나무그림자가 
윤곽을 잃고 헤매는 오후. 

마른바람이 갑자기 생각이라도 난 듯
몸 몇 번 뒤집더니
황갈색 잔디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머잖아 마지막 남은 한 잎 낙엽이
뺨을 후려치고 달아날 때쯤 그 때쯤,  이 가을도
끝이 날 테지.
하늘을 떠돌던 눈송이들이 하나 둘
날 파리처럼 달라붙으면서 
겨울은 다시 시작 될 테고.

나는 또 퍼뜩 정신이 들어
아마 작년처럼 내 나이를 헤어 볼 거야.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