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몸도 마음도 잊은 듯

by 김용민 posted May 25,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CANON  IXY  DIGITAL






오늘 아침은  딸아이 똑딱이 카메라를 가지고 산을 오릅니다
내 큰 카메라를 들까하다가 아침부터 남의 이목을 받는 것이 뭣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단지 뒷산을 아침운동 삼아 오르기 시작한지 일주일째
어제 아침 산꼭대기 정자에 가로등이 퍽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카메라에
담아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높은 곳에 오르니 바람이 산 전체를 시원스레 감싸 안아옵니다
밤새 소임을 마친 가로등 둥근 전구가 졸린 눈을 비비며 쉴 채비를 하는 뒤켠으로
이젠 병풍처럼 드리운 빌딩들이 하나 둘씩 일어섭니다











세상을 한 바퀴 돌아왔을 태양에 밀려 어둠은 또 서쪽 어딘가 먼 곳으로 가면서 다시
밤을 만들고  있겠지만 어둠이 있기에 빛은 비로소 밝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쯤  어떤 사람들은 양치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겠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지구 저 편

너머에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막 잠자리에 들고 있겠죠
태양은 멀쩡하지만 모두가 세상이 그만큼 깊고 넓은 탓 아닐런지요
 
아침이라 하기엔 조금 모자란 시간, 빛의 현란한 파장이 망막을 찔러 옵니다
형언하기 어려운 고요, 가늠할 수 없는 보랏빛 하늘을 보면서 저녁노을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없는 그리움이나 서글픔 같은 색감이라면 아침 햇살은 때 묻지 않은 희망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은 도라지 꽃빛이던 하늘이 잘 익은 복숭아 빛이 되어 갑니다
무거웠던 번뇌를 한 무더기 아침 햇살에 씻고 나니 난간 아래 갓 피어난 꽃들이 빙긋
웃고 있습니다
“ 아, 네가 거기 있었니?”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보는 것도 잊은 듯 생각도 잊은 듯 급하지 않게 살다보면 시절인연이 닿는 곳 어디선가
행복도 불현듯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난간아래서 웃고 있는 한 무더기 저 꽃들처럼 말입니다


* 이 아침 이유야 어떻하든  다른 세상으로 간 한 사람의 생명  앞에  심심한 조의를
   표하면서........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