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숲 공원에 가면 공원을 가로지르는 긴 다리가 있다
다리를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다리 아래 커다란 연못이 있고 연못 한 가운데
용도를 알 수 없는 말뚝들이 박혀있는 것이 보인다
얼핏 무질서한 것 같은 말뚝과 말뚝 사이 간극들이 한 폭의 추상화를 연상케
할 만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렌즈를 겨누었었다
사물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다르지 않겠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거리를 가늠하면서 어깨를 맞대고 살고 있다
소매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며 무심코 가까워지다 보면 생각지도 않던 일에 오해가
생기고 서먹해지다가 등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까워져야 할 사람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끌어안고 멀리해야 할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사는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다
생각없이 가까이 다가가다보면 가까운 것도 먼 것만큼이나 가까움의 본질이 외면
되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거리란 타의에 의해 물리적으로 설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속에
그어놓는 금이라고 본다 서로가 좋아 보이는 지금이 가장 적절한 거리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 사진설명 -
얼마 전 어느 카메라 회사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 내가 찍어 놓은
사진과 흡사한 것을 발견했다. 혹시 어떤 작자가 내 사진을...하는 생각에 부랴부랴
묵은 사진 파일을 열어 보았으나 화면 구성은 똑 같은데 말뚝의 위치가 조금 달라
혼자 실소를 머금은 적이 있다
사실은 내사진도 <마이클 케냐>의 사진집에 보면 구성과 구도가 흡사한 것이 있다
하지만 작품이 비슷하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창작이 아니라 모방이라고 단정 짓는
것도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한다
사진 # 1 서울숲공원
사진 # 2 청 계 천 ( Leica .35mm summicron 400 tm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