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공원 Digital Nikkor 80-200 mm
봄이라지만 강가에는 아직 푸른 풀포기만 듬성듬성 돋아나고 있을 뿐
스산합니다
무채색 등짝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겨울을 견디고 난 질척한 풍경들이
비릿한 물 내음과 버무려져 코끝에 다가 옵니다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물살의 힘을 버티고 선 작은 말뚝의 외로움이 굳은살처럼 박혀있는
풍경에서, 물 빠진 모래밭에서 등짝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고 일어서는
돌멩이의 꿈틀거림에 애틋한 그리움이 묻어 있습니다모르고 살아도 별 탈 없지만 보면 볼수록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들,
별 볼일 없어 구석으로 밀려난 작고 미약한 것들도 저마다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빛나는 것 아름다운 것들에게만 시선을 집중하게 됩니다
얼핏 보기야 말할 수 없이 초라하고 옹색하지만 모든 아름다움은 겉보기
만이 아니라는 것을 강을 거닐며 배웁니다풍경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멈추질 않습니다
발아래 밟히는 흙 한 줌일지언정 눈여겨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귀담아
소리를 듣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는 것, 진실이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본다는 것은 보이는 것들과의 소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화려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흘깃 스쳐지나 버리는 우리들, 몸 낮추어
마음 낮추어 다가서면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이 마음을 열고 더 큰
아름다움으로 다가 온다는 것을요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