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꺼내보는 묵은 사진파일들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삶은 크고 요란스러운 것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합니다어느 이름 없는 산등성 너머로 넘어가는 붉은 해, 얼음 구덩에 머리
박고 겨울을 견디는 연잎들, 그리고 숱하게 걸었던 강가...
빛바랜 풍경들의 애틋한 깊이가, 표시나지 않은 무심한 일상이 시간의
갈피를 넘어 픗픗한 향기로 다가옵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옛친구 이름이 기억 어디에 유리조각처럼 묻혀 있다가
반짝하고 빛나듯 말입니다세월을 겪은 나이 탓일까요
시간을 견뎌 온 발자국들이 한꺼번에 내게로 달려들면서 마음을 거세게
비틀어 놓기도 하고 사진 속의 황홀한 색감들이 그리움이 되기도
합니다살아간다는 것,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생명, 이 시간, 그리고 이 사랑...
모두 다 써서 흘려보내고 가야할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한여름 살아내다가 다음 생을 위해 미련 없이 바람에 제 몸을 뜯어 날려
보내는 민들레처럼 , 무심히 흐르는 강물처럼.....삼월입니다
이제 다시 봄 여름 지나 가을이 되고 또 눈이 내릴 때쯤이면 조금이라도
익어서 하나의 열매가 되는 그런 삶을 살게 해달라고 그 누군가에게
기도해 보는 마음입니다
김용민
사진/ #1.한강인도교 , #2. 변산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