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green>"책 팔러 왔어요!"

by 조경현 posted Feb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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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년전쯤 일이었나?
대학동창회에 참석했다가, 희안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술취한 남자후배가,
선배를 발길질하며 때리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내 동기생인 그 선배는 그냥 맞고 있었다.
편의점 옆, 어두운 골목길에서...

편의점에서 나오다 그 광경을 본순간, 너무 놀라
모두가 기다리는 노래방엘 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날 대학홈페이지에
그 이야길 올렸다.
물론 匿名으로 말이다.
조금後, 같이 그일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일 남자동기생이
<그 글을 지워달라.> 며 전화가 왔다. 

대학동창 홈페이지에,
발길질을 한 그 후배의 아내가 들어와 글을 읽다가
(내 남편일것이다.)라는 직감을 하고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그가 당사자인것을 확인한後
글을 올린 여자선배님과 맞은 남자선배님에게 사죄하라는 이야길 했다고...
그러니, <네가 글을 내려야겠다.>라는 요지였다.
물론...글을 내렸다.

곧이어 발길질을 한 그 후배가 전화를 하고,
정말 큰 실수를 했노라...며,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그후...
그 후배는 가끔 나에게 들러,
"선배님 계신가하고요!"  인사를 한다. 

최근에는,
"책 팔러왔어요!" 라며
여러권의 책을 꺼내놓고...그중의 한개를 고르란다. 

책중에는 '기도서'가 많고(그는 카톨릭 신자다.)
나는 그중의 하나를 골라, 집에와서 읽는다. 

어제는 또, 그가 책을 팔러오고
나는 법정스님이 쓰신...<아름다운 마무리>를 골라
밤부터 읽기 시작했다. 

발길질을 해대던 그의 그날 모습이 자꾸 생각나,
냉냉한 감정이 아직도 남은 내가,
과연 옹졸한 사람인지... 

"책을 음미하면서 읽어 보세요!" 하며 간 그에게,
자꾸 미안한 감정이 드는게 옳은건지... 

헷갈리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