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공원 / Leica 35mm kodak 100 D
[ 얼음 속에 Blue ]
오랜만에 찾은 호수에는 나무 하나 풀 한포기 마저 낯설다깨끗이 잊으라고 지워버리라고 함박눈 하얗게 내려 쌓이고
깨진 얼음장 속 그렁한 물빛은 내가 아는 어떤 눈망울 닮았다
폐교의 유리창처럼 슬픈 blue
어쩔 수없는 여백에 갇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다림뿐이라는
것을 아는지 아랫도리 지워진 나무 한그루 그 안에서 하염없다.
가끔씩 호숫가 벤치에 누워 종일토록 기진해있던 그때 나 처럼
Note
설날에는 처가에 갔던 길에 월드컵공원엘 갔습니다
습관처럼 찾던 호수였건만 한동안 여럿이 왁자지껄 찾을 때 외에는
좀처럼 혼자 오지 못했습니다
이 곳에 혼자 오면 지난일들이 생각날 것 같아서요
꽁꽁 얼어붙어 하얀호수 위로 저녁 노을 길게 드리우고
터지고 갈라진 얼음 구덩 속 하늘이 파랗습니다
바람 때문인지 가끔씩 흐린 수채화처럼 모서리 아득해지는 나무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들어가 나무처럼 지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워낸다고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닌줄은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