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에 Blue

by 김용민 posted Feb 03,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월드컵공원 / Leica 35mm kodak 100 D

 

                [ 얼음 속에  Blue ]


오랜만에  찾은 호수에는  나무  하나  풀 한포기  마저  낯설다

깨끗이  잊으라고  지워버리라고 함박눈  하얗게  내려  쌓이고

깨진 얼음장  속 그렁한  물빛은 내가 아는 어떤 눈망울 닮았다

폐교의  유리창처럼  슬픈  blue

 

어쩔 수없는  여백에  갇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다림뿐이라는

것을 아는지 아랫도리 지워진 나무 한그루 그 안에서 하염없다.

가끔씩 호숫가 벤치에 누워 종일토록 기진해있던 그때 나 처럼


 

Note
설날에는 처가에 갔던 길에  월드컵공원엘 갔습니다
습관처럼 찾던 호수였건만  한동안 여럿이 왁자지껄 찾을 때 외에는
좀처럼 혼자 오지 못했습니다
이 곳에 혼자 오면 지난일들이 생각날 것 같아서요
꽁꽁 얼어붙어 하얀호수 위로 저녁 노을 길게 드리우고
터지고 갈라진 얼음 구덩 속 하늘이 파랗습니다
바람 때문인지 가끔씩 흐린 수채화처럼 모서리 아득해지는 나무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들어가 나무처럼 지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워낸다고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닌줄은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