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이야기/ 自畵像
연 밭에 활처럼 허리 휘어져 스러진
무수한 연잎을 보면서
풍장의 무덤 같다던 시인이여
연잎이 얼음장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은
삶의 무게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 제 몸 꺾어 아직도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중이다
한 송이 꽃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차가운 얼음장 밑에서 실오라기 연두 빛을 키우고 있는
저 고요한 생명의 집착이 눈물겹지 않으냐
목마른 목숨들은 입으로 말 할 수 없을 때
가끔은 몸으로 수화를 한다
휘어지고, 부러지고, 혹은 멍하니 서서김용민
덧말:
사진을 하면서 어느새 풍경에 중독되어가나 봅니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추상이 되는 죽은 연잎 실루엣이 아름답고 눈부십니다.
무릇, 세상은 마음 낮추고 무릎 낮추고 쭈그리고 앉아야만 열린다고 합니다만
말하지 못하는 것들과의 만남에서는 내가 먼저 다가서야 만나진다는 것 또한
시를 쓰고 사진을 하면서 배워 갑니다사진/ 양수리 Leica m6 35mm kodak 250D
피사체에 다가가는 마음가짐,
빛의 절묘한 반사,
모두 경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