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공원 Digital nikkor 80-200mm
이제 책상위에 마지막 달력 한 장이 떨어져나갈 날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남아있는 날들을 헤아려 보다가 문득 달력을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합니다
하루를 7개 모아 한 주일을 만들고 30개를 모아서는 한 달을 만들고 그 한 달을 12개
모아 일 년을 만든 사람은....
이 눈금 같은 시간들이 결국 인간이 나누어 놓은 것이라 생각하면 굳이 지나간
묵은해나 다가오는 새해나 섭섭할 것도 반가울 것도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 것
아닐런지요지난 일 년 동안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버린 것들 잊혀진 것들 중에 정말로 버려서는 안 될 것들, 잊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은
없었는지 지나온 시간을 돌아봅니다.
내 것과 남의 것들의 크기를 비교하느라 숨 가쁘게 살지는 않았는지요
크거나 높거나 귀한 것들만 소중한 것이라 생각하고 정신없이 달려 온 것은 아닌지요“어디까지 왔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점점 더 깊은데서 울려나오는 소리입니다
나는 정말로 내가 원했던 것을 하며 살고 있나, 이것을 위해 그토록 많은 것을 뒤로
미루고 살아왔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허전하고 두려워지기도 합니다이제부터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 미처 겨를 없어 뒤로 미루어 두었던 것을 꺼내어
자신을 위해 사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고달프고 바쁘기만 한 삶의 틈새에서 짬짬이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만나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하고 싶던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그게 바로 아름다운 삶 아닐런지요묵은 한 해가 가고 다시 새로운 한해가 다가옵니다.
하루치 목숨을 다 태우고 가슴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저 태양을 보며 생각합니다
새해는 무엇을 이루어내는 해가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