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어김없이 푸른빛이 도는 컴컴한 무대 위, 뽀얗게 번져가는 연무속에서
극단 <목화>의 공연은 시작되었다
내가 블루 톤을 좋아해서 일까
어릴 적부터 내 크레파스는 늘 파란색부터 닳아지고는 했다
다른 색깔은 멀쩡한데 파란색 만큼은 일찌감치 몽당이 되어 있었다
파랗게 번져가는 안개를 보면서 시작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목화의 연극은 늘 그랬다
걸쭉한 남도투의 육담에 재치가 넘치는 대사 ....
비극적 섹스피어 원본 줄거리를 손상시키지 않고 어찌 그리 희극적으로 무대를 엮어 가는지
유모의 육두문자 섞인 욕지거리가 일품이었던 것 같다
삶의 모든 원형이 그러하듯 퉁탕거리며 맨발로 뛰는 배우들의 몸짓은
단조로우면서도 볼륨감이 넘친다
화려한 잔칫집의 처자들과 젊은 패거리들의 싸움박질과 화려한 춤에서는 더욱 그랬다
특히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장면은 두 남녀 주인공이 첫날밤을 치루는 무대다
아무런 무대 셋트 없이 단지 크고 하얀 보자기 위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사랑 행위는 압권이었던 것 같다
88 올림픽 개막식 행사때 갑자기 “뚝” 요란하던 음악이 멎고 한참의 숨 막히는 적막이
흐른 뒤 멀리서 굴렁쇠를 굴리면 나타나던 어린아이의 모습을 생각했다
나는 다른 곳에서 사진 얘기를 하면서도 입버릇처럼 말했다
“예술은 뺄셈의 미학” 이라고
이번 로미오줄리엣 무대 역시 그랬다
나무기둥을 얼기설기 서까래처럼 엮은 지붕과 기둥 몇 개가 전부인 무대 셋트,
오히려 나는 아무것도 없는 텅빈 무대 뒤 기둥사이에서 난데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배우들을 보면서 어떤 팽팽한 긴장감 같은 것을 느꼈다
마지막 장면
세익스피어 원전은 두 주인공 남녀의 죽음을 기화로 원수 같던 집안이 화해하는데
오태석의 무대는 두 집안 모두 죽는다
두 집안은 과연 어찌되었을까
마지막 여운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끝맺음 또한 절묘하다
덧말........................................................................................................
족발집에서 유권철 동문이 말했다
연극을 보면서 배우들의 숫자를 세었는데 자그마치 28 명이더라고....
(무대 뒤에 있는 스텝의 숫자까지 합치면 40명이 넘는다)
입장권 수입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 같더라고
초대권으로 공짜 관람하는 것이 어쩐지 미안스럽더라고...
언젠가 목화의 중견배우가 저녁 먹는 자리에서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며칠 공연 하는 동안에는 모르고 지내다가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배우에서 생활인으로 돌아가는 날엔
비로소 집에 있는 마누라와 아이들 생각에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노라고
김용민
싸 ~~~한 바람이 부는 남산 끝자락의 밤도 좋았고 다~~~좋았어요.
공연날까지 단 한명도 못가겠단 연락이 없어 희망자 전원 참석이구나 -- 혼자 --^^
11시쯤 첨으로 불참 신고가 와 대기 1번인 영숙이 참가하였고
모임장소에 10여분 일찍 도착 했는데도 대부분 와 있었다.
원석씨가 사준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증말 우리 친구들 나이도 잊고 이쁘다~~~
홈피에 자주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보너스구나 더 열심히 들락거러야지 다짐들도 하고.......
대전에서 온 명희 ! 늦게 족발집에 나타난 공욱씨 ! 다 고맙고 멌쪄요.
자리를 주선해준 용민성도 고마워요. 이런것들 가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