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 수평선 근처 작은 섬 위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해설피 하늘은 잘 익은 홍시처럼 발그레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여름들판에 핀 제비꽃닮은
보라색 바다와 어우러져 점점 신비스러움을 더해 갑니다
어제 까지만 해도 비바람 몰아치는 궂은 날이었는데 오늘은 하늘이 유리창처럼 투명하고
날씨마저 포근한 걸보면 아무래도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의 훈훈한 정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수평선 위에 엷게 드리운 구름 탓인지 어림했던 것보다 빨리 해가 지나 봅니다
둥근 해는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시나브로 바다는 먹물 먹인 스님들 가사처럼 잿빛이
되어갑니다
어느새 친구들은 하나 둘 돌아가고 방파제 위에는 나 혼자 남았습니다
수평선을 경계삼아 색들이 한바탕 유희를 벌리는 데 발걸음을 뗄 수가 없기도 했지만
노을은 지고 난 뒤가 더 아름다울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지금 태양이 사라졌다고 어찌 아주 사라졌겠습니까.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종일토록 웃고 떠들고 맘껏 호사를 누린 하루였지만 요즘 자주 볼 수 없는 어떤 친구의
쓴 웃음진 얼굴을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는 그 친구도 역경을 딛고 또 다시 언제 그랬느냐 듯 해맑은 얼굴로 나타나겠지요
저 태양처럼 말입니다지는 해를 보면 생각이 깊어지나 봅니다
새삼 눈물이 나는 것은 아마도 종일토록 아름다운 것들만 눈에 가득 넣은 탓 일테지요.
안흥마을 방파제에서
사진#1 안흥마을 방파제 사진#2 꿈에그린 팬션
이번 여행 사진도 친구들 얼굴 위주로 담았습니다
생각했던 것 만큼 나오지 못한 친구들 얼굴은 제외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좋은 기회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