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지는 바닷가에서

by 김용민 posted Dec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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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수평선 근처 작은 섬 위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해설피 하늘은 잘 익은 홍시처럼 발그레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여름들판에 핀 제비꽃닮은
보라색 바다와 어우러져 점점 신비스러움을 더해 갑니다
어제 까지만 해도 비바람 몰아치는 궂은 날이었는데 오늘은 하늘이 유리창처럼 투명하고
날씨마저 포근한 걸보면 아무래도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의 훈훈한 정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수평선 위에 엷게 드리운 구름 탓인지 어림했던 것보다 빨리 해가 지나 봅니다
둥근 해는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시나브로 바다는 먹물 먹인 스님들 가사처럼 잿빛이
되어갑니다
어느새 친구들은 하나 둘 돌아가고 방파제 위에는 나 혼자 남았습니다
수평선을 경계삼아 색들이 한바탕 유희를 벌리는 데 발걸음을 뗄 수가 없기도 했지만
노을은 지고 난 뒤가 더 아름다울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태양이  사라졌다고 어찌 아주 사라졌겠습니까.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종일토록 웃고 떠들고 맘껏 호사를 누린 하루였지만 요즘 자주 볼 수 없는 어떤 친구의
쓴 웃음진  얼굴을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는 그 친구도 역경을 딛고 또 다시 언제 그랬느냐 듯  해맑은 얼굴로 나타나겠지요
저 태양처럼 말입니다

지는 해를 보면 생각이 깊어지나 봅니다
새삼 눈물이 나는 것은 아마도 종일토록 아름다운 것들만 눈에 가득 넣은 탓 일테지요.

 

안흥마을 방파제에서

 

사진#1 안흥마을 방파제     사진#2 꿈에그린 팬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