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엽서/억새

by 김용민 posted Nov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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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공원/Digital 80-200mm

 

가을엽서/ 억새

하늘공원에 올라 보았다
버릴 것 추스를 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이지만
무수한 사연들이 묻혀 있는 곳
지금은 새들도 잠자리도 다람쥐도 다들 몰려 내려갔는지
바람개비만 까마득한 곳에서 정적을 깨며
바람을 돌리고 있다

남은 무엇이 더 있어 쓸어 가려는지
바람이 우 우 몰려다닐 때마다 하얗게 흔들리는 억새풀,
외곬으로 쓰러지다가 겨운 허리 펴면서
자꾸만 무엇이 그립다 우는 목쉰 소리
한바탕 울고 나면  담담해 진다더냐 ,아니다 아니다
그리움은 몸부림치면 더욱 조여드는 덧쇠 같은 것

사랑이여 네가 오려나
말라비틀어진 공복 사이로  달이 뜬다.
풍경이야 반갑고 아름답다만, 돌아가자 밤이 너무 깊었다
안녕, 입 안에 감도는 씁쓸한 한마디
그래도 무언가 못내 두고 온 듯한 사랑
아, 오늘은 네게 그저 하얗게 닿고 싶을 뿐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