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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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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벽제 火葬場,
시아버지의 마지막 의식을 치루고 있는 가족들 먼 발치에
한 여자가 서있었다.
그녀가 거기 있다는걸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식구들은 그저...모르는체 하고 있었다.

98세의 시아버지와
거의 30여년, 戀人이었던 여자나이...지금 68세다.

시아버지는 62세에 홀로 되셨고
그 後 재혼을 두번 하셨다.
그 두번의 결혼이 2년 남짓에서 모두 끝이 났고,
시아버지가 운영하시던 書藝學院의 총무로 일을 하던 그녀는
남편과 아들을 둔...30대 후반의 유부녀였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우리들에게 "崔여사"로 불리우고,
아버지의 상황을 짐작하며 말리는 아들들이 목격되었는데... 
그녀의 남편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사람의 동반여행사진이 자주 보였다.
그녀가  시아버지를 부르는 호칭은..."선생님"이다.

날이 갈수록 두분의 관계는...가족들의 묵인하에 굳혀졌다.
워낙 강하신 시아버지의 성격을 아무도 못말렸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때론 여섯며느리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러 들었다.
"아버지한테 잘해드려라!"
뭐, 이런 類였다.

5년전 그녀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後
시아버지는 그녀집으로 아예 거처를 옮기셨다.

대신, 
일정한 생활비가 자식들 주머니에서 그녀에게로 갔다.
자식들은 자기들이 모시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어떤 면에서는...고마운 사람이기도 했다.

98세 시아버지는,
열흘동안 병원에 입원하시고
그 기간에 '崔여사'도 같이 계셨었다.

빈소가 차려진 강남성모병원에
崔여사가 왔다.
아무도 인사를 하지않자,
큰 시누이가 당황해서 그녀를 맞이하고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벽제에서는,
큰 시누도, 그 누구도...아는 척 하지 않았다.

그 두사람의 관계를 가족중의 한사람은,
<최여사가 생활비를 벌기 위한 방법이었다.>라고 말했지만.
30여년 가까운 세월을 몸 부딪히며 살았던 그 두사람이,
과연 '돈'때문만이 었을까?

마지막 입원실에서 그녀가 시아버지의 의식을 되돌리고자,
"제가 이쁘면 눈을 깜박거려 보세요!" 했다는 말을 듣고는...

누가 뭐라든,
그 둘은 정말  戀人관계 였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연령으로 보나, 상황으로보나,
도덕적으로는...돌멩이가 날라올 지라도 말이다.










  • ?
    김여영 2008.10.22 14:50
    아직 한국적인 분위기는 그러한 사랑이 퍽 어색하고 낯 설어 보이지만 앞으로 곧 자연스러워 질지도 모르죠
    -----------------------------------------------------------------------------------------
    덩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중략-------------------
    내가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방법을 꼽아 볼께요,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만큼,넓이만큼,그 높이만큼 당신을 사랑합니다.
    --------------------------------------------------------------
    아마도 두분께선 이런 심정으로 지내셨으리라 생각하시는게 맘 편하겠죠 뭐
    가족분들의 사적인 생활까지 공개하시면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신 경현씨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 ?
    오정희 2008.10.22 16:25
    그 분들은 진정한 연인이셨다.
  • ?
    유권철 2008.10.22 17:39
    "崔여사" 그리고 "선생님"이라 부르는 그들의 관계. 자식들은 자기네들 스스로 모시지 못(or 안 )하였던 상황에서

    빈소에 온 崔여사에게 아무도 인사를 하지않은 그들, 과연 돌팔매 질 할 자격이 있을까.................

    답은 고인이되신 분의 입장에서 생각이 시작되야 하지 않을까, 적절한 관계였든 부적절한 관계였든 그 것이 고인에게

    행복을 주었다면 최소한 빈소에 올 자격은 있지않을까?




  • ?
    이공욱 2008.10.22 18:00
    흔히 남녀가 만나 남에게도 꼭 어울리는 완전한 한쌍이 되고 싶고,
    그래서 만사형통의 100% 사랑을 이뤄봐? 그러나 이는 그저 미몽의 사랑일 뿐.
    "비련" 이어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의지하게 되고
    그와같은 인고 속에서만 진짜 사랑이 싹튼다고 하거늘...
    누가 뭐래도 나만은 100%짜리 사랑을 꿈꾸는 여성들
    불운과 불행속에 뛰어들 각오는 용기는 되어있겠지요?

    경현씨 문장력이면 "카츄샤" 못지 않은 순정연애 소설감인데...
    내가 마치 그 여인인 것 처럼 느껴지오. 가슴 뭉클하오.
  • ?
    이영목 2008.10.23 03:31
    깊은밤 읽으니 시간이 잘간다.
    연인이란 그런거구나...
  • ?
    이인숙 2008.10.23 09:20
    웬지 막~~~슬프네
    인연이란 것 ! 인간이 거역할수 없는 또 하나의 운명이 아닐까 ?
  • ?
    김여영 2008.10.23 13:06
    경현씨가 역시 선곡은 잘하셔.
    백지영의 <사랑안해>가 퍽 잘 어울리죠?
    전 지난번 조장혁의 <중독된 사랑>노래 듣고 교보문고에서 그 CD를
    살려고 했더니 유통이 안된다잖아요
    그래서 동네 리어카CD판매상한테서 약간은 불량했지만 그 CD를 사서 듣고 있답니다.
    쉼터방에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바하의 무반주 첼로협주곡,브람스 교향곡 4번,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뭐 이런 거 올려줬슴 좋것다.
    다 가을에 어울리는 것들이죠,
    문득 우리 홈피에 초기화면에 단풍과 낙엽이 그득한 사진을 보니 이런 곡들이 생각나네요
  • ?
    김용민 2008.10.23 19:06
    십여년전 어떤 시인의 영안실에
    무려 7명이나 되는 여인이 소복을 입고 나타나서 화제가 된 적이 있지요
    더구나 홀로 되신 분이 연인을 가까이 하시는데 자식들이 웬 간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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