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진 것이 없다
일요일은 일주일마다 어김없이 돌아오고
지난 일요일처럼 나는 또 강가를 거닌다.철로 아래 시커먼 축대위로 바글거리며 기어오르는 담장이 넝쿨들,
한여름 무성했을 때는 눈에 띄지 않더니
듬성한 이파리 틈새로 드러난 등걸들이 힘줄처럼 도드라져 있다
땅바닥을 기면 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종이처럼 마른 쑥부쟁이가 고개 늘어뜨리고 있고
강물에 빈 배 하나 떠 있다
하늘에는 형체를 풀어버린 구름 한 조각
인적 드믄 곳에서는 무얼 봐도 반갑다. 사람처럼 반갑다속살 훤히 드러내놓고 진흙 뻘은
강물이 한번 타고 오를 때마다 있는 힘을 다해 부등켜 안아보지만
사랑처럼 매번 빈 몸이다뻘이 모두 빨아들여서인지 강가는 늘 무거운 침묵뿐
무성영화처럼 소리도 없고 색깔도 없다달라진 것이 하나 없다
어쩔 수 없이 내 사진은 오늘도 또 흑백이다
김용민
사진/ 동호대교 Leica M6 35mm kodak400Tx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옷을 갈아 입는것 외에는.
그걸 바라보는 우리가 너무 간사한거지요
이탈이아의 어떤 음악가는 어느날 자기 숙소에서
건물사이로 흐르는 강물위로 둥둥 떠가는 사람죽은 관을
보고 크게 느낀 바 있어 우수한 작곡을 하고 또한 생의 중요한 전기를 맞기도 했답니다.
동호대교 다리밑으로 흐르는 강물을 보고
우리 또한 흐르는 강물처럼 세상이 무상하고 인생이 허무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