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green>명절斷想

by 조경현 posted Sep 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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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서는 벌써 명절준비를 시작하나보다.

'전유어'를 지지는 기름냄새가 올라온다.
'고사리나물' 특유의 향내도 난다.
(아! 나도 일을 시작해야겠구나.)

명절이 가까워지면,
할머니와 엄마의 먹거리 장만이 시작되었다.
식혜와 수정과를 담고, 약과를 만들어 광에 넣어 두었었다.
밤새워 무쇠솥뚜껑에 빈대떡을 지져내고
솔잎을 깔고, 송편을 쪘다.

아이들은 부엌을 들락거리며
평소에 먹어보지 못했던 맛난것들을 몰래 들고 나왔다.
"차례床에 먼저 올리고 먹는거야!"  라는 꾸중소리를 못들은척...

지금처럼
언제나 떡집에 송편이 있고, 
반찬가게에는 일년내내 빈대떡과 각종 전유어가 즐비한 세상에서는
명절음식이...더 이상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그래도 옛날의 '레파토리' 다.
부침질을 하고, 나물을 볶고, 떡을 조금 빚는다.
토란탕을 만들 고깃국물도 낸다.


명절아침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촉촉함도 있지마는...

새로 한 가정을 이룬 조카들이,
 어리고 고운 젖먹이들을 데려와
많은 일가친척들에게 선뵈는 즐거운 날이기도 하다.

지난 날들을 함께 이야기할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새 생명들과도 조우할 시간이 되기도 하는 명절,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맞이하는 祝祭임이 분명하다.

부엌에서 끓고 있는 고깃국물 냄새가...참 구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