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충단 공원/Digital 80-200mm
한여름 공원의 대낮에서는 텅빈 소리가 난다
나무 아래 나무처럼 앉아있는 노인들의 민달팽이처럼 굽은 등,
사람은 세월따라 뒷모습이 닮아가는 것 아닐까 조약돌처럼.....때로는 너무 작고 초라해서 , 너무 크고 높아서
푸르고 풍요로울 때일수록 느껴지는 소외감 그리고 고독,
언젠가는 혼자가 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나이가 들수록 오만해지고 혼자있기 좋아하게 되는 습성은......장충단공원 후미진 구석에서 만난 수표교다리가
하늘처럼 무거운 무게를 버팅기고 있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밀려나 소외 된 것들의 모습은 언제나 낡고 누추하다하지만 견딘 것들에게서는 흔적이 남는다고 했던가
교각 사이사이 마다 웅크리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
오래 된 옷에 묻어있는 먼지처럼 매캐한 곰팡내
아무도 몰래 슬픔을 삼키며 모래바람을 견뎌낸 그 묵묵한 적의가
혼자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추위를 견뎌내기 위해 여름내 품었던 이파리들을 미련없이 버리는 겨울나무처럼
체념하고 비운다는 것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만 소유하는 것
가벼워지면 서로에게 달려가기도 마주하기도 쉬울까
그렇다면 덜어낸 자리마다 바람처럼 스며드는 허전함은 어떻게 할까고요를 깨며 어둠 건너 새 한 마리 날아와 앉는다
그 아래 햇살 조각이 어릴 적 비둘기 끄집어내던 마술쟁이 하얀 손수건처럼 경이롭다
다리 밑에 깔린 돌조각같은 내 유년의 기억 한잎 한잎들,
어둠 속에서 내 다섯살이 서서 울던 시골집 대문이 나올 듯 싶다
저 길의 손짓에 끌리어 가다보면 도무지 만나지않고는 배길 수 없는 사람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