蓮밭에 가면 /세미원

by 김용민 posted Jul 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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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원/  Digital Nikon105mm Macro

 

[蓮밭에 가면]

 

무슨 힘이 밀어 올렸을까
구정물 속에서 올라와 하늘로 몸 열어가는 꽃대가 해맑다
언제나 마지막 바램은 하늘에 이르는 것이라지만
그리움 때문 아니었을까, 목마름 같은,

가늘고 긴 목 위에 삐뚜름히 매달려 있는 꽃타래가
내 명치 끝에 아슬하게 매달려있는 어떤 웃음 닮았다
바람이 부는지, 작은 기척에 파르르 떠는 깨진 유리 형상의 파편들, 색의 분절들
물위에 풀어진 연분홍빛이 소스라치게 붉다
송두리 채 울컥울컥 게워내고 있는 체액 속에는
물살에도 미처 풀어내지 못한 어혈 같은 기포가 남아있다

저문다는 것은 서서히 자신의 색깔을 지우고
그림자에 묻혀 가는 일이라 했다
지금은 모두 빠져나가 하얗게 된, 내가 아는 어떤 빛
그립고 아쉬운 처음의 꽃빛이 그랬었다

笑潭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