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천 /Leica 35mm summicron 100Tmx
오후가 되면 빛살 떨어지는 속도가 한낮보다 느려져 사물들은
서서히 팽팽했던 윤곽을 풀며 색깔을 잃어 간다
둥근 테를 쉽게 어림할 수 있을 만큼 광채를 잃은 달 같은 해,
겨우 6시인데 하늘은 벌써 잿빛이다찟어질 듯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오토바이 소리와
지나는 행인을 붙잡는 행상들의 끈적 끈적한 삶의 냄새
그 행상을 피해 고개 숙이고 걸어가는 행인들의 긴 그림자가 보도블럭 틈새에 걸려 일그러지며
쓸쓸함을 더 해준다콘크리트 틈새로 목숨처럼 흐르는 청계천,
구름의 입체감이 낮보다 한층 더 하늘에 음각되어지는 장터의 저녁이다
힘이 부칠때면 자주 고개들어 하늘을 본다우연찮게 발견한 비둘기 .....
교각 위 손바닥만한 자리에 위태위태하게 앉은 모습이
공원 벤치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노인들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은 눈을 뜨고 꾸는 꿈과 같이 혼미한 시야 속에서 보이지않는 빛나는 것들을 보려는 갈증이
알레르기처럼 발작할 때가 있다
삶의 도정은 낯선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 있다고 했던가
행복은 너무 높고 멀어서 쓸쓸하지만 어쩌면 그동안 견뎌온 것들이 행복인지도 모른다산다는 것은 상처를 전제로 한다
편견과 오해 ,소외와 분노 그리고 자유를 찾아가는 마차의 수레바퀴는 언제나 험하게 퉁탕 거리고
그 삐걱거림을 따라 우리는 늘 몸이 기울고 허기진다
그러나 어쨋든 살아왔으며 살아갈 것이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보이지않는 것들 속에
반짝거리며 빛나는 것들을 찾을수 있는 날도 있지 않겠는가우리는 더 가야 하고 더 기다려야 하고 더 꿈꿔야 하고 더 그리워해야 한다
아직 멀었다. 같이 가자
笑潭 김용민
우리가 가야하는 길,
거기에...<빛과 그림자>가 꼭 있어야 한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