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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08.06.19 11:29

같이 가자

조회 수 469 추천 수 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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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Leica 35mm summicron 100Tmx

오후가 되면 빛살 떨어지는 속도가 한낮보다 느려져 사물들은
서서히 팽팽했던 윤곽을 풀며 색깔을 잃어 간다
둥근 테를 쉽게 어림할 수 있을 만큼 광채를 잃은 달 같은  해,
겨우 6시인데 하늘은 벌써 잿빛이다

찟어질 듯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오토바이 소리와
지나는 행인을 붙잡는 행상들의 끈적 끈적한 삶의 냄새
그 행상을 피해 고개 숙이고 걸어가는 행인들의 긴 그림자가 보도블럭 틈새에 걸려 일그러지며
쓸쓸함을 더 해준다

콘크리트 틈새로 목숨처럼 흐르는 청계천,
구름의 입체감이 낮보다 한층 더 하늘에 음각되어지는 장터의 저녁이다
힘이 부칠때면 자주 고개들어 하늘을 본다

우연찮게  발견한 비둘기 .....
교각 위 손바닥만한 자리에 위태위태하게 앉은 모습이
공원 벤치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노인들 같다는 생각을 한다
......................................

가끔은 눈을 뜨고 꾸는 꿈과 같이 혼미한 시야 속에서 보이지않는 빛나는 것들을 보려는 갈증이
알레르기처럼 발작할 때가 있다
삶의 도정은  낯선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 있다고 했던가
행복은 너무 높고 멀어서 쓸쓸하지만 어쩌면 그동안 견뎌온 것들이 행복인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은 상처를 전제로 한다
편견과 오해 ,소외와 분노 그리고 자유를 찾아가는 마차의 수레바퀴는 언제나 험하게 퉁탕 거리고
그 삐걱거림을 따라 우리는 늘 몸이 기울고 허기진다
그러나 어쨋든 살아왔으며 살아갈 것이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보이지않는 것들 속에 
반짝거리며 빛나는 것들을 찾을수 있는 날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더 가야 하고 더 기다려야 하고 더 꿈꿔야 하고 더 그리워해야 한다
아직 멀었다. 같이 가자

 

笑潭 김용민

 

 

 

  • ?
    조경현 2008.06.19 11:39
    용민씨가 찍는 사진,
    우리가 가야하는 길,
    거기에...<빛과 그림자>가 꼭 있어야 한다지요?
  • ?
    홍현숙 2008.06.19 11:52
    용민씨 호가 바뀌었네요?
    최성수의 동행을 가지고 왔더니 경현이가 빛과그림자를 올렸네
  • ?
    조경현 2008.06.19 12:03
    옴마야!
    최성수 노래가 더 잘 어울리는데...
    우짤꼬???
  • ?
    김은영 2008.06.19 14:28
    우리의 고전 라이카35미리.. 어쩐지 우리네게.. 하는 위로를 받네요.
    공간에 번지는 해도..
    버거운 것들이 많이지는 요즈음 , 좋네요..
  • ?
    전선숙 2008.06.19 17:53
    살다 보면 간절히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한 사람도 뒤쳐지는 이 없이 같이 가야 할...우리들.......

    나는 누군가에게 진실로 위로가 된 적이 있었을까?.... 자신 없네.^^
  • ?
    이은식 2008.06.19 18:18
    시인의 글 뜨면.. 바로 여친들 음악 맞춤서비스 들어오고~~
    笑潭님! 이만하면 행복이죠?

    '어쩌면 그동안 견뎌온 것들이 행복인지도 모른다' ... Maybe~~~
  • ?
    김여영 2008.06.20 13:42
    오늘 문득 헤이즐넛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닫혀 있던 가슴을 열고 감춰 온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꼭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략
    험한 세상에 굽이마다 지쳐 가는 삶이지만

    때로 차 한 잔의 여유속에 나누어 마실 수 있는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중략
    찻잔이 식어 갈 무렵 따스한 인생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향이 나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 집니다.

    -배은미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 ?
    이영목 2008.06.22 14:13
    '같이 가자' 말은 간단한데 실제는 왜 이리 힘들까???
  • ?
    김용민 2008.06.22 15:31
    모처럼 눈부시게 환한 햇살입니다
    햇살이야 뭐 달라진 게 있겠습니까만 며칠 우중중했던 하늘 탓 이었겠지요
    무심코 생각나는 <장자>의 한 대목을 적습니다
    " 샘물이 다 마르면 마른 바닥에 남게 된 고기들은 서로 물기를 공급해 주기 위해 침을 밷고
    거품을 뿜어 적셔준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이 것은 서로를 잊어버리고 살던 강이나
    호수에 있었을 때만 못하다 "
    세상 일에는 무릇 때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샘이 다마른 후에 동료에게 몸을 적셔주고 죽어가는 물고기가 되지 맙시다
    이젠 늦게나마 우리가 그 동안 잡았던 손에 굳게 힘을 주고
    같이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늘 잊지않고 매달아주는 글 또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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