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08.04.30 23:23

5월이다

조회 수 311 추천 수 0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청계천/Leica M6 35mm 400Tmx

어두운 사무실 오후 2시,
하루 중 어쩌다가 이렇게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마음 적시는 일이
어째서 이다지 마음 편할까

블라인드 틈새로 새들어 오는 한조각 햇살에, 버겁고 슬픈 일들이 녹는다
마음보다 빠르게 뭉턱뭉턱 흘러가는 시간이 무섭지만 이렇게 찍어 놓은 사진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일이 감미롭다
세월이 얼마나 허망하고  세상은 또 얼마나 잔혹한가 생각 들기도 하지만
그 허망을 뚫고 나가는 이런 순간들이 있어 견딜만 하다

오늘은 청계천을 걷기로 한다
냇물에 감도는 하늘빛이 맑다
지나가는 햇살에 살을 말리고 있는 물위로 전신주가 길게 누워 있고
아무렇지 않게 전선줄이 스쳐 지나간다
갓 쪄낸 인절미 만질 때처럼 보드라운 물속으로 내 발이 빠져 들것처럼 어질어질 하다
나는 또 물을 보며 버릇처럼 깊은 바다를 떠 올린다
이런 날 햇살을 따라 바다까지 갈 수 있었으면....

늙수그레한 노인 한분 마주 걸어온다
노인의 워크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절이 전선줄을 타고 넘는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다
이름이 가물가물한 옛날 여자 가수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노래는
“이미배” 가 코 먹은 소리로 불러 제끼는  것이 일품인 것 같다

풍경을 보며 배회하는 것만으로도 떨어져 나간 몸 한 부분의 뭔가가
내 속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겨울동안에는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던 것들이  보인다
눈을 감아도 보이고 손으로 만지지 않아도  느껴진다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하며 한 발짝씩 내 디딜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아직 나는 행복이다

오월 , 이제부터 여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햇살, 냇물, 그리고 아름다움......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서 시작되는 시간이고 풍경이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민

 

 

 

 

 

 

 

  • ?
    이영목 2008.05.01 07:09
    끝이 좋은글 고마워유!! 행복은 자기가 만든다... 오늘 행복해야되유~~

    친구 모두 5월에는 행운만 있기를...
  • ?
    홍현숙 2008.05.01 07:23
    좋은일 많이 만드세요. 행복은 샐프~!
  • ?
    박혜옥 2008.05.01 09:01
    햇살,냇물,아름다움,용민씨!!!
    여유롭고 따듯한 풍경이 그려집니다. 그런 여유로움이 부러워지는 아침입니다.
  • ?
    오정희 2008.05.01 18:22
    오월의 시작.. 봄의 절정...?
    불현듯 김종국의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이 행복한 노래가 스쳐간다.^^
  • ?
    조경현 2008.05.02 07:32
    아~ 내가 만드는 행복!
    많이 만들어 가자구요, 친구들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6 꽃과 나 16 조경현 2008.05.15 452
1415 奉祝 부처님 오신 날 3 김윤준 2008.05.12 212
1414 사랑 / 이규도 1 김윤준 2008.05.12 213
1413 nocturne / secret garden 1 김윤준 2008.05.12 175
1412 turn turn turn / judy collins 1 김윤준 2008.05.12 153
1411 tijuana taxi / herb alpert & the tijuana brass 김윤준 2008.05.12 125
1410 성형 도사 2 김윤준 2008.05.12 274
1409 oxygen tank jsp best 김윤준 2008.05.12 132
1408 director steven spielberg's films 1 김윤준 2008.05.12 157
1407 rainbow song / ralf bach 1 김윤준 2008.05.12 170
1406 mozart "le nozze di figaro" - "voi che sapete" / christine schafer 1 김윤준 2008.05.12 155
1405 beethoven symphony no.5 / nbc symphony orchestra 3 김윤준 2008.05.12 172
1404 봄나물 7 조경현 2008.05.10 370
1403 過食 3 조경현 2008.05.02 354
» 5월이다 5 file 김용민 2008.04.30 311
1401 우리들 이야기 10 박정숙 2008.04.28 337
1400 riders in the sky / the ventures 2 김윤준 2008.04.27 179
1399 dancing flamenco / dalida 김윤준 2008.04.27 131
1398 first of may / the bee gees 1 김윤준 2008.04.27 189
1397 kim yun-a ice gala show - i.o.u / carry & ron 5 김윤준 2008.04.27 201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130 Next
/ 1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