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Blue

by 김용민 posted Apr 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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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사람 없는 강변 선착장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저녁을 받아들이고 있는 대지 위로 천천히 드리워지는 어둠의 그늘
푸른 실크 보자기에 먹물을 먹인 듯 순한 푸르름 알갱이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천천히 몸을 싸고돕니다.

시시각각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며 투명했던 하늘이 보랏빛으로 바뀌고,
그러다가 보랏빛이 뒷전으로 사라지며 마침내 바다 속 같이 텅 빈 검푸름만 남습니다
푸르름이 겹쳐지고 겹쳐지면서 나타나는 하늘의 막막한 깊이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빛입니다
푸르름이 어둠처럼 스스로 두꺼워지는 색감을 나는 “우울한 블루” 라 이름 지어 봅니다

음악의 장르인 "blues" 의 어원이 블루에서 나왔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끈적하고 창백한 블루스를 듣고 있노라면 테너 섹스폰 소리 낮게 깔리는
어둠침침하고 음울한 까페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깊고 푸른색이 감정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까닭 없는 슬픔이 치밀어 오릅니다

멀어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아득한 눈썹만큼 남은 노을
이제 캄캄한 밤이 되면 저 피 빛 노을 조각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요
살아서는 다시 못 볼 것처럼 아름다운 일몰을 보면서 인연을 생각합니다.
어딘가에 두고 온 그리움 같은, 꼭 누구를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색감
“우울한 블루” .....
푸른색을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 하고 싶은 저녁입니다

김용민          사진/ 성산대교 선착장 digital 80-2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