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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08.04.06 08:05

골목길

조회 수 401 추천 수 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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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ica m6 F2 Asph 400tmx

장터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 낙산 아래에는 달동네가 있습니다.
어쩌다 무료해지는 오후면 작은 카메라 둘러메고 달동네를 어슬렁거립니다.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들이고 동네
어딜 둘러봐도 전혀 낯설지 않다는 이유 때문 입니다

그러나 요즘 골목은 스산합니다.
삐뚤삐뚤한 대문과 낮은 지붕이 서로 잇닿아 이어지는 미로 같은 골목길,
어쩌다 마주치는 것은 슬픈 눈빛의 노인들 모습과 강아지들 뿐,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대낮의 골목은 텅 빈 소리가 날만큼 적막 합니다

골목을 자주 기웃거리는 것은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것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문 앞에 멋대로 놓여 진 쓰레기통이나 고무 다라이, 지붕 위 빨래 대에 대충 널린
속옷들, 건들거리는 빨래 찝게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엉성한 문짝들 ,
반쯤 지워진 낙서들, 담벼락에 기대어져있는 자전거는 내 고독을 닮았습니다.

모든 것이 직선뿐인 아파트에서는 결코 엿볼 수없는 미로 같은 존재, 어느 것 하나
중요한 것도 없지만 쓸모없어 버릴 것도 없는 헝클어지고 복잡한 살림살이,
결코 산수 방정식으로는 풀 수 없는 삶의 방정식입니다

막다른길이 아닐까 걱정하다가 막상 다가가면 생기는 또 다른 골목, 문득 뒤 돌아보면
걸어 들어온 길이 미로처럼 아슴합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자꾸 돌아보게 되는 내 삶의 여정을 닮았습니다
어쩌면 무명 글쟁이, 무명 사진 쟁이라는 닉네임으로 끝날지 모를 삐뚤어진 나의
편견과, 열심히 꾸려왔지만 헐렁하기 만한 삶과 그리고 진저리치면서도 끝까지 놓지
못하는 사랑조각과 옹골진 고집과 고독까지 .......

오래되고 사소한 것들이라도 가슴에 묻어두면 향기가 나는 법 빛바랜 것들의
애틋한 깊이가, 표시 나지 않던 덤덤한 일상이 시간을 넘어 향기로 다가옵니다 .
한줄기 햇살을 붙들고 있는 어느 집 옥상의 작은 화분을 보면서 나는 또
어쩔 수없이 어떤 얼굴을 떠 올립니다
시간은 누군가에게 머물고 누군가를 머물게 하는 것, 좁고 어두운 골목에도 봄은
오나 봅니다


아침에/김용민

 

 

 

 

  • ?
    조경현 2008.04.06 09:50
    지금도...
    어린시절의 그 골목길이 자주 꿈에 보입니다.
    그 모양새가 비슷하여...낯설지 않네요.
    용민씨 렌즈속...그 <골목길>
  • ?
    홍현숙 2008.04.06 12:41
    어릴적 살던 골목길에 요즈음 단독주택에서 사용하는 음식물 쓰레기통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 ?
    홍현숙 2008.04.06 13:35


      용민씨 블러그에 갔더니 반가운 사진과 이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용민씨 허락없이 사진 옮겨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용민씨가 보고프다해서...
  • ?
    이재현 2008.04.06 15:48
    위에서 말하는 '친구들'이란 여친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봐도 틀림은 없겠지요.
    왜냐면 난 오늘 오전에 용민이를 맞났거든요.
  • ?
    홍현숙 2008.04.06 18:25
    회장님이 만났다고 친구들 다는 아니잖아요.
    그랬다고 여친들이 아니라는 말도 아니고요...ㅎㅎ
  • ?
    이인숙 2008.04.07 10:32
    달랑 사진 한장이지만 .............
    일렁이는 추억속의 장면들이 --- 스치는 그리움들이 ........ 왜 이리 많은지 모르 겠네요.
    용민씨의 글과 사진들이
    잠시 단발머리 촌가시나 시절의 내모습이 떠올라 흐미하게 웃어봅니다. ^^ 감사 ~~~
  • ?
    오정희 2008.04.07 21:01
    오늘 읽은 이 글은 유난히 가슴에 남습니다.
  • ?
    이은식 2008.04.08 08:47
    용민씨~! 하이~~ 모자쓴 사진 보니 방가워서리!!

    근데 요즘 왜 시인 실물 보기가 힘드는거지???
  • ?
    박혜옥 2008.04.08 09:34
    오늘따라 용민씨의 글과 음악에 흐르는 섹스폰 소리에 가슴이 짠해옵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그 골목길이 슬프면서도 정겹기 그지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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