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4月, 그리고 꽃

by 김용민 posted Apr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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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봄 햇살이 눈부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추는 햇살이지만 유독 어두운 곳에 머물다 나온 사람에게
햇살은 더 환하다
4월 햇살이 환한 이유는 또 있다

꽃이다. 빨강 ,노랑 하양, 분홍......
봄의 꽃 빛깔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생동감이 있다
겨우내 움추렸던 것들이 자연스레 드러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힘
그 힘 이야말로 사소한 것들도 햇살을 받고서야 비로소
진실한 존재감으로 반짝이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삶은 평범한 한 그루의 꽃나무라는 생각이다
혼자 잎을 내고 혼자 꽃을 티우고, 혼자 푸르렀다가
혼자 벌겋게 단풍이 들고 혼자 외롭게 진다
혼자 겨울을 나는 쓸쓸함, 그 외로움을 견디는 힘으로 봄에 나무는 다시 새싹을 피운다
찬 바람에 터지고 갈라진 상처를 비벼대면서....
그러므로 꽃은 나무의 상처를 비집고 나오는 견딤의 신호쯤 되려나....

모든 존재는 다치고 살아있다는 것은  상처를 전제로 한다
편견과 오해, 소외와 분노로 우리는 늘 상처받다가  허기진다
상처를 넘는 법,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법,그 것은 삶을 넘는 법이다. 꽃처럼...
그래서 봄 꽃은 다른 계절의 꽃보다 아름답다

어떤 꽃이든 꽃의 색깔은 모두 아름답지만 봄의 꽃은 역시 노랑이 아닐까 한다
경현씨가 올려놓은 빛바랜 것 같은 엷은 산수유 노랑의 애틋한 깊이가 향기로 다가온다
새가 떠난 자리에는 깃털이 남고 사람 떠난 자리에는향기가 남는다고
사월, 곧 천지가 꽃내음으로 진동 하겠지

상처를 꽃으로 피워내는 저 봄꽃들 때문일까
몇년 동안 내 몸을 덮고 있던 상처들이 자꾸 가렵다
다 늦게 꽃이 피려나....^^

아침에/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