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명

by 김용민 posted Jan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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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남산 한옥마을  Leica m6 35mm 400tx

[변 명]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호수가
오늘은 살얼음보다  미끄럽다

바람이 한 번씩 되작일 때마다 실타래처럼 풀어져
느럭느럭 수면에 젖고 있던 나무가지가
잘게 동강나며 윤곽을 잃는다
한 무리 반짝이는 빛 떼 틈새에서 나를 쳐다보던 내 얼굴도
흔들린다. 눈물너머 바라보던 세상처럼 

정착액 잘 못 섞여져 배경이 날라가버린 암실 현상필름 같은
빛 속의 어둠과 어둠 속의 빛, 저 먹빛 덩어리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의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반짝이며 빛으로 말하고 있을 뿐, 별처럼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