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선유도 공원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휴일 오후,
활활 타오르는 태양을 품었던 기억 때문인지
목덜미에 내려앉는 한줌 햇살이
여우 목도리처럼 따뜻하고 포근하다
세상 모든 휘황했던 것들이
가을 속을 지나며 무채색이 되어가듯
지워지며 도달 하는 끝은 가벼움인가 보다
잎 떨어진 겨울단풍 한그루가 햇살 따라와
벽 위에 가볍게 몸을 내 건다산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함이나
살아내기 위함보다
가벼워질 때까지 살아가는 일
차가웠던 달도 지구가 만든 그림자 속으로 들어와
보름달이 되었고
어둠을 뚫고나온 저 선명한 햇살도
끔찍하게 제 몸 태운 것이니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