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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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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일찍 여윈 나는 사실 엄마를 어머니라 불러본 적이 별로 없다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엄마란 이름은 둥글고 말랑말랑 해서 정이 가지만
어머니란 이름은 모나고 각이진 것 같아 차갑고 어색한 기분이 든다

어렸을 적 나의 시골집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남포불을 켰다
남포란 말이 램프에서 유래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어쩌다 데코레이션용으로
하나 갖고 있는 램프를 켜 보면 알싸한 석유 냄새하며 왜 그리 어두운지 그 때는
참 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면 우리들 어렸을 적엔 옷들이 참 빨리도 떨어졌던 것 같다
입다가 헤진 아버지 런닝셔츠며, 구멍 난 내 양말이며 그리고 바지며., 그밖에
여동생들 옷들까지 엄마는 밤이면 늘 등불 아래서 바느질을 하고 계셨으니
철모르는 난 초 저녁부터 골아 떨어져 잠이 들었고
하루 종일 일한 피곤한 몸이면서  식구들 옷을 꿰매고 계셨을 엄마의 손길
그 침침한 남포불 밑에서.......
아, 그런줄 알았으면 그 때 조금 더 조심해서 입었을 걸

종이 인형작가 이형숙 작품전을 몇 번 보았던 터라
작년 그룹 전시회때 버릇처럼 허튼 입담으로 작품평을 했던 미안한 기억을 떠 올리며
한편으로는 그래도 버젓이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이
참 대견하지 싶다는 생각을 하며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유독 내 눈길을 끌었던 이 작품,
어렸을 적 엄마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새하얀  저고리 뒤에서  엄마의 둥근 얼굴이 조용히 웃고 있었다
지금은 고향땅 소나무아래 누워계신...
무엇보다도 저고리, 일부러 비벼 거칠하게 만든 종이 질감하며 옛날 내음이
물씬 풍겨날 것 같은 색감과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또한 오랜만에 잃어버렸던 추억을 되살려준 김애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이제야 비로소 전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닥종이 인형은 몸통하며 얼굴표정하며 손발, 일일이
철사를 구부려 틀을 만들고 그 위에 하나하나 풀 먹인 종이를 붙여가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코와 뾰족한 입술 눈 썹등, 얼굴 표정 까지....
나도 모르게  얼른 카메라를 꺼내 거리를 맞추고 노출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플래쉬가 없어 사진이 안 될 걸 뻔히 알면서도

어저께서야 필름이 도착해 이제 글을 만들어 올린다
몇 장 찍은 사진 중에 그 나마 이거 한 장 건졌다
저 작품 앞에 자랑스러운 김애수를 세우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셔터를 누르는 순간
반가운 손님을 보았는지 찍다말고 뛰쳐나가 모델이 사진을 망쳐 놓았다

얼굴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볼륨이 있었으면 좋겠고 표정도 더 우스꽝스러웠으면 한다
색감과 조명도 조금 아쉬웠다는 생각도 해 본다
나의 이런 생채기를 그녀는 너그럽게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김애수는  아마추어가 아니고 이미 훌륭한 닥종이 인형작가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더 훌륭한 작품전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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