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파랗다. 파란 버스가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기다리고 있던 우리들 한달음에 탑승. 맨 끝자리와 중간 군데군데 12명의 진자사모님들 착석. 흩어져 앉아 갈 수 밖에 없는 아쉬움에 애가 달은 현숙 회장님. 예약시 자리 편의는 봐주겠다는 약조를 받았다고 가이드한테 항의를 해 봤지만... 대체로 1일용 국내관광버스는 세 군데로 나뉘어서 고객을 태운다. 우리가 타는 종합운동장역이 마지막 정거장이기 때문에 아무리 예약을 일찍 해도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이다. 늦게 타는 사람은 뒤에 앉을 수 밖에 없다. 항상 멀미로 고생하는 명숙이는 아마 생전 처음 흔들리는 뒷 자리에 앉아서 가 봤을 거다. 가지선에 다래줄기나물에 호박죽에 바리바리 싸들고 오느라고 고생도 많이 했는데... 세 시간 반 여행길 동안 버스 안에서는 내내 계속되는 얘기꽃이다. 우린 너무 자주 만나 할 얘기가 무궁무진이다. 숙암약수 한 잔에 세 시간의 여독이 눈 녹듯 풀어진다. 폐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망고향처럼 달다. 군데군데 발갛게 물들어가는 단풍은 조선시대 새색시 볼 같다. 백석폭포 앞에서는 현숙회장이 카메라를 여지없이 들이댄다. 고운 핑크 옷 입은 우리 친구들, 옷보다 더 환한 웃음을 웃는다. 물이 별로 없어 폭포로서의 위용은 없지만 100여미터 위 산꼭대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면 "어째 신은 조로코롬 멋진 자연을 빚으셨을꼬"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구불구불 돌아돌아 아기자기한 강원도의 산세는 언제나 여행자의 눈과 가슴을 맑고 따뜻하게 해 준다. 구절리역에 도착. 주의사항을 듣고 또 듣고 철로 위 레일 바이크 탑승. 2인용 4대. 은식, 현숙. 환섭, 경자. 주완, 명숙. 순화, 희영. 4인용 1대(4인용은 뒤 2사람 기사, 앞 2사람은 유람조) 우리 중 제일 야가다고 생각되는 수영, 화숙, 행진, 혜신이가 찜했다. 한둘 한둘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밟는 페달. 군데군데 바람에 떨어진 모자들을 뒤로 하고 아리랑고개 터널을 지나 순식간에 주파한 5.8Km 간이역에서 먹는 강원도 찰옥수수의 맛. 아주까리 이파리를 찰랑거리며 흔들고 가는 바람. 친구들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미소. 온몸으로 가을을 느끼며 1. 4Km를 주파하니 이름도 예쁜 아우라지역이란다. 조양강과 동강이 어우러지는 지점이라는 뜻이라는 가이드의 설명. 오늘 우리 친구들 모두는 정선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방씩을 맞았다. 가을과 사랑이 100ml씩 들어있는 주사. 이 주사약은 우리를 11월 둘째 주까지 행복만땅으로 살 게 해 줄 것이다. 그러면 11월 세째 주, 현숙회장님은 또 우리를 어딘가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가겠지. 우리는 아무 소리 못하고 따라갈테구. 약발이 떨어지면 어떤 짓을 할 지 모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