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에서

by 김용민 posted Jul 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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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호수 안에서 근무하는 아들 녀석 면회를 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모자의 대화가 살가워 보여 슬며시 자리를 피해 나와 호숫가를 거닙니다

호수위에 얼비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혼자 걷는 것이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름답고
아득한 곳에 둘러쌓여 있으면 알 수 없는 외로움 같은 것이 밀려 올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일렁이는 몇 겹의 물결 틈새로 모습을 보이다말다 하는 작은 들풀이
슬며시 말을 걸어옵니다

아침이슬 조차 깃들지않고 외면해 버렸을 몽당연필만큼이나 작고 볼품없는 잡초 , 어쩌면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보잘것없는 것들일수록 더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들풀, 나름대로 이름이 있겠습니다만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나는 그냥 들풀이라고 부릅니다
곁에 있는 작은 것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외로워 할 때 가까이서 찾아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런지요
사랑하다보면 더 깊이 알게 될 테고......

산정호수는 겨울에 춥기로 소문난 곳 입니다
한겨울 살을 찟는 바람의 아픔에 삶을 놓고 싶다가도 어쩌다 지나치며 눈길을 주는 관광객
때문에 추운 줄 모르고 자랐을지도 모릅니다
살아가다보면 비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고 또 죽은 듯 엎드려 있어야 하는 겨울도 만나고 이미
나보다 멋지게 커버린 다른 풀들에게서 조롱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일수록 더 끈질기게 살아가는 모습을 들풀에서 봅니다

물놀이 보트가 지나가며 얼핏 만들어내는 물속의 반영이 아름답습니다
오늘 내게 주어진 삶에서 내가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들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름답게 꾸미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야 겠습니다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