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라보는 입장들
햇살 미치지 않는 내 사무실 한 견 후미진 곳에
못 쓰게 된 마네킹이 겹겹으로 쌓여 있다
어떤 것은 칠이 조금 벗겨졌다는 이유로 또 어떤 것은 단지
새 것에 밀려나 세워둘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 때문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 중에
제풀에 망가뜨리지 않은 것 있었겠냐만
부러진 제팔 위에 어쩔 수 없이 얹혀있는 얼굴
그 무방비한 표정 한 끝에 아직도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미소를 보았다는 것
빛이 죄다 빠져나간 텅 빈 동공에
어떤 애잔함과 스산함이 보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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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란 눈동자 깊은 곳에 침전되어 있는 마른 그림자 같은 건지도 몰라
어쩌면 죽어도 절대 감지 못하는 마네킹 눈 속 깊은 어둠 속에도
내가 미처 보지 못해 놓처버린 풍경들의 흐린 잔상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떤 세상의 이른 새벽들이 검은 필름에 감겨 있을지도 몰라
끝내 인화되어 환하게 비쳐 볼 수는 없겠지만...(렌즈를 들이대다가.....)
詩/사진/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