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끝

by 김용민 posted May 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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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끝]


멀리 수평선 너머 물 끝에서
돌고래처럼 펄쩍펄쩍 자맥질하며 달려오는 파도를 본다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나둥그러지고 엎어지고
등 떠밀려가지 않는 삶 있으랴만
역류하는 바람이 온몸을 채찍처럼 감아들 때
비로소 알았을까 세상은 바닥에 눕고 싶을 때 일수록
서서 뛰게 된다는 사실을

거리에 내 동댕이 처졌던 잊고 싶은 그날의 내 당황처럼
한 발짝 먼저 닿은 물살에 뒤로 밀려나
몇 번을 허우적거리더니 모래밭에 눕는다.
게거품 물고 헐떡이는 것은 먼 길 달려 왔다는 뜻이리라

죽을둥 살둥 기어코 다다른 곳, 오후 햇살은 쏟아지고,
목마름에 뒤척이던 젖은 파도는
나이테 같은 옷 하나 벗어놓고 돌아갔다

 

시/사진/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