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그대, 잘 가세요]
한 낮에 새 한 마리 푸드득 날아 간
모과나무 가지 사이로
오늘따라 무채색 밤 하늘이 멀게만 보이네요
저기, 흐린 하늘 가까스로 열고 나와
눈 맞추는 별 한 점
누군가 지상의 한 사람 올라가
별들 사는 동네로 주소를 옮겼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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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끄적여 보지만
갑자기 그 알량한 시 한줄 쓸 수 없네요
뭔지 모를 습기가 밑바닥에서 솟아오르고
좀 더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아쉬움에
가슴이 자꾸 먹먹해 지네요
“ 저기 멈칫거리는 순한 구름이 꼭 그대를 닮았네요”
쓰려다 말고
딴소리만 잔뜩 썼다가 이내 지워 버리고
겨우겨우 서툰 글 몇 줄 만들어 놓았네요
이제 그대 곁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고
너무 외로워 마세요
가슴속에 늘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참, 거기는
아픔이 없는 세상 이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잘 가세요오월 초닷새 김용민 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