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전설

by 김용민 posted May 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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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걷는 공원 숲길입니다
바쁘다는 구실로 한 동안 찾지 않는 사이에 벌써 봄이 다 지나가버렸나 봅니다
어느새 그 많던 꽃들이 다 저버렸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났다가 아무도 찾지않는 길섶에서
미처 사람들과 눈 맞춤도 하지 못하고 시들어 갔을까요

언제부터인가 화려하고 탐스러운 꽃보다 작고 못생긴 들꽃에 마음이 머무는 것은 나이탓 일런지요
보아 주거나 보아 주지 않거나 홀로 피었다 홀로 지는 들꽃,
인적이 드믄곳에 피는 들꽃일 수록 색깔이 강렬하고 바람 많은 곳에 피는 것일수록
키가 작다고 했습니다
생명은 자신을 힘겹게하는 것으로 인해 아름다워지고 더욱 강인해지나 봅니다

민들레 홀씨들이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다음에 태어날 생명을 위해 바람에 제 몸을 모두 허물어 버린채 한 귀퉁이만 남겨놓고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적 하얀 수건을 머리에 두른채 구부정 밭에 서 계시던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자신의 가슴에 깃털을 하나씩 뽑아 자식에게 주었을 모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돕니다


오월이 오기 전 이미 다 주어버린 목숨

겨우 남은 호흡 위에

어쩌라고 바람은 저리도 속절없이 몰아 치는지.

작은 흔들림에도 바스스 부서지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눈물 쏟는

한때는 꽃이었던 유백색 화신

한겹 한겹 살점을 뜯어내다가 더  이상 줄 것이 없을 때

파르르 떨다 혼절 하겠습니다

               

                사진/월드컵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