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국립현대 미술관에서
비명
생각없는 알람시계가 단잠 속에 들어와
한바탕 헤집어 놓고 가는 휴일아침
날씨가 추워지니 또 다쳤던 발목 관절이 삐걱거린다
다리뿐이 아니다
오래된 거실 마룻장도 신음 소리를 낸다
빼도 박도 못하는 틈새에서 나무가 발에 밟힐 때마다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의 균형은 결국 죽음쪽으로 쏠려있는 것이련만
쓰러지지않으려 매달리고 버티다가 부러지고
뼈마디가 퉁그러지고 한다
단단하고 빈틈없는 것일수록
그 견고함이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았던가
바람이 분다
작년여름 분별없이 웃자라다 모가지 잘려나간 목련나무에
겨울 나도록 매달려 있던 가랑잎들이 우수수 소리를 낸다
저물어가는 것들의 바스락 소리
詩/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