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 강 건너로 해가 집니다
조금 전 까지 온 세상을 덮었던 밝은 빛은 조금씩 서쪽으로 밀려나고
어둠과 밝음의 경계를 따라 붉은 노을이 빈 자리를 채워 갑니다겨울의 해는 생각보다 짧아서 금방 주변을 분간 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워집니다
활처럼 휘어진 고가도로의 윤곽도 차츰 지워져 갑니다
세월은 인간의 것이 아니어서 한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겠지만
길은 사람이 만든 것이니 어둠때문에 지워졌던 길들은 틀림없이 어둠 너머의
다른 길들과 다시 연결되겠지요인간의 생로병사는 길 건너 저편 아득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 내면에 있다는 말을 기억 합니다
늘 풍성하고 아늑한 곳에서 안주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처럼
길 위에 남아 망설임과 미련으로 떠나지 못하고
머뭇대는 희미한 햇살 몇줌
서둘러 저무는 날의 마지막 잔광이 바둥대는 하늘 저편 아득한 보라 빛을 향하여
렌즈를 겨냥 해 봅니다김용민
*사진/상암동 한강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