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종일 파란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고 사는 일상에 차츰 익숙해져 갑니다.
유난히 붉은 해를 보면서 오늘은 해넘이가 장관이겠다 싶어
숨이 찰만큼 바쁘게 바닷가로 달려갑니다.
대개 비가 오고 난 후에 노을은 더욱 아름다우니까요
변산반도, 군산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틈을 냈습니다만 가까운 강화도 갯벌 말고는
몇 년 만에 와보는 바다인 것 같습니다서울은 지금 눈비가 오고 있다는데
엊그제 까지만 해도 포근한 가을 날씨였는데 매서운 바다바람에 코끝이 시립니다
인적이 끊겨 을씨년스럽고 쓸쓸하지만 바다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철석입니다
넓고 큰 바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자연은 이처럼 순리에 순응하면서 때가되면 변할 줄 아는데
유독 인간만 주위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에 민감하다는 것을햇살이 짙게 드리운 구름을 뚫고나와 순간적이지만 바다위에
둥그렇게 은빛 테를 만들고 있습니다
있는가 싶다가 순간적으로 없어지는 환상처럼 아름다운 빛깔
행복과 사랑도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망원렌즈를 끼우고 삼각대를 설치하는데
갑자기 태양이 구름 뒤에 몸을 감추고 숨어버립니다
수평선에 짙게 드리운 구름의 두께로 보아 태양이 다시 나타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하늘도 구름도 바다도 점점 붉은 빛깔로 물들어 가고,
아마 오늘이라는 하루를 다 태우고
이제는 구름 뒤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가봅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사라질 때도 저렇게 아름다운 가 봅니다안녕,
비록 저 태양처럼 어딘가에 몸을 숨겼지만
태양이 내일 다시 떠오르리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기에
글/사진/김용민
한번씩 접하는 시인님의 敏感 때문에 자꾸 두루뭉실 해지려는 내 마음이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