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 톱]
건너편 자리에 앉은 여인네의발톱에 그려진 꽃무늬가 낯설지 않다
양지꽃, 맑은 노랑색
먼데서 손짓하는 그리움 같은 색
빛은 있는 힘을 다해 색을 끌어안기도 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지워내기도 하나보다
반질반질한 발톱 위를 햇살이 쓰다듬을 때마다
노랗던 이파리가 하얗게 빛난다
눈이 부시다
양지꽃, 장다리, 애기똥풀,
여름내 죽어라 피워냈다가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들꽃처럼
너는 떠나고
이별이 만남을 선행했던 아름다운 시간
돌이켜보면 너를 부벼대던 나의 몸짓이 모두
너를 지우는 것이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안다
아, 하얗게 지워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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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레뜨에 딱딱하게 응고되어 있는 물감덩이를 나이프로 긁어내면
오래전에 미처 닦아내지 못했던 온갖 색의 물감들이 함께 묻어 나오던 기억이 있다
추억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아마 하얀색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 속에는 수십년 세월의 형상들이 딱딱하게 굳어 정지 되어 있을 터이고....하얀색은 결코 무채색이 아니다. 깊고 깊은 색이다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