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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06.09.27 20:57

[essay] 갯벌에 서서

조회 수 486 추천 수 0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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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강화섬 해안도로를 달려 봅니다.
황금빛 들녘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오늘은 먼 파도소리 같이 아득 합니다
가을바람 소리가 요란한 것은 메마른 나무 잎새들의 최후의 몸짓 때문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육지에서는 산과 들의 색깔만 보아도 쉽게 계절을 구분 할 수 있습니다만
바닷가에 서면 계절을 쉽게 느끼지 못 합니다
육지에서 놓진 계절이 아쉽다거나 오래 잡고 싶은 순간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닷가에 서 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가장 가는 비단실 한 올 보다도 더 섬세한 수평선의 아슬아슬한 선율
멀리 갯벌 지나 수평선 가까운 곳에 썰물에 밀려나간 바닷물들이 선들바람
틈새에서 은빛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서해 바다에 나와 보면서 바다가 낮은 곳 인줄 비로소 알게 됩니다.
세상에 온갖 것들을 모두 담고 있는 넓고 깊은 바다, 깨끗한 것은 물론 더럽고
추한 것들 까지 담고 있으면서 결코 썩지 않는 바다,
바다를 닮고 싶다면서 내 안의 더러운 것들 추한 것들은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크고 깨끗한 것만 가지려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가장 낮아진다는 것은 바다처럼 크고 넓어야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나는 얼마나 낮아 질 수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바람 소리가 제법 요란 합니다
어떤 사물의 가장 솔직한 모습은 벌거벗은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저 갯벌처럼 나의 속내를 밝은 세상에 모두 드러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겠지요. 나의 약점에는 관용을 베풀면서 남의 허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 아프게 했던 지난 세월들, 장점만 가지고 사는 사람처럼 행세하며 살았던
시간들이 나를 외롭게 하고 피곤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 해 봅니다.
나를 치장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벗어 버리고도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면서.....

.............................

덧말:
지난번 문수산 산행하던 날, 산보다는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몇몇 친구를 꼬드겨 해안도로를 달렸습니다
그 때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으며 생각한 것들 입니다
게을러서 이제야....

 

글/사진/김용민  http://blog.paran.com/wildp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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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희 2006.09.28 12:50
    오늘은 조용한 가운데 문학과 미술의 향기가 물씬 풍깁니다.
    이런 분위기 또한 친구들 모두가 좋아하지요...^^`
  • ?
    박혜옥 2006.09.28 14:55
    늘 반성하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 인간 아닐까요?
    나를 치장하고 있는 것도 하나도 없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부족함이 하도 많다보니.....
  • ?
    조경현 2006.09.28 15:22
    용민씨 블로그에...들락날락...ㅎㅎㅎ
    조횟수 올라간거...다 내탓임.^^
  • ?
    이영목 2006.09.29 12:54
    용민성! 간만이유~ 지는 조용헌의 "고수기행"을 읽고 있시유~ 이조시대를 이해하려면 문중을 이해하여야 되유~
  • ?
    황준용 2006.09.29 13:27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은 그 맘도 섬세하고 아름답겠지?
    난 항상 글 짤쓰는 사람보면 부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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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민 2006.09.29 16:15

    우리가 지는 해를 보면서 슬퍼하지 않는 것은
    저 태양이 내일 다시 떠 오르리라는 믿음 때문 일 것입니다
    사는 것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행복하지는 않지만, 절망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것은
    언젠가는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서겠지요
    ....................

    언제 보아도 반가운 이름들 입니다
  • ?
    손찬영 2006.09.30 09:50
    김 작가 데려다 준사람은 손 찬영 입니다. 그때는 내 눈에 황량한 갯벌 밖에 안 보이더구만 , 이런 멋있는 작품이 나올줄이야, 정말 그대는 대단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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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영 2006.10.01 07:24
    낮아진다는 것은 크고 넓어야 한다는 말.
    꼭 기억하며 살아야 하는데...
    너무 잘 잊어버리니 자주 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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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현숙 2006.10.01 08:49
    용민씨 블러그에 자주 들락거리지만 감히 퍼오질 못하겠어요.
    언니들하고 하는 비공개카페에는 자랑하느라 가끔 퍼 옮기지요.

    용민씨 부탁할께요
    조금만 더 부지런 하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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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해 2006.10.30 23:58
    용민씨 블러그가 어디야? 가르쳐줘. 시인님이 이젠 사진작가 데뷔해서 우리 홈피를 멋지게 장식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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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해 2006.10.30 23:59
    아하,, 조기 위에 블러그주소가 있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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