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만에 강화섬 해안도로를 달려 봅니다.
황금빛 들녘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오늘은 먼 파도소리 같이 아득 합니다
가을바람 소리가 요란한 것은 메마른 나무 잎새들의 최후의 몸짓 때문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육지에서는 산과 들의 색깔만 보아도 쉽게 계절을 구분 할 수 있습니다만
바닷가에 서면 계절을 쉽게 느끼지 못 합니다
육지에서 놓진 계절이 아쉽다거나 오래 잡고 싶은 순간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닷가에 서 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가장 가는 비단실 한 올 보다도 더 섬세한 수평선의 아슬아슬한 선율
멀리 갯벌 지나 수평선 가까운 곳에 썰물에 밀려나간 바닷물들이 선들바람
틈새에서 은빛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서해 바다에 나와 보면서 바다가 낮은 곳 인줄 비로소 알게 됩니다.
세상에 온갖 것들을 모두 담고 있는 넓고 깊은 바다, 깨끗한 것은 물론 더럽고
추한 것들 까지 담고 있으면서 결코 썩지 않는 바다,
바다를 닮고 싶다면서 내 안의 더러운 것들 추한 것들은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크고 깨끗한 것만 가지려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가장 낮아진다는 것은 바다처럼 크고 넓어야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나는 얼마나 낮아 질 수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바람 소리가 제법 요란 합니다
어떤 사물의 가장 솔직한 모습은 벌거벗은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저 갯벌처럼 나의 속내를 밝은 세상에 모두 드러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겠지요. 나의 약점에는 관용을 베풀면서 남의 허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 아프게 했던 지난 세월들, 장점만 가지고 사는 사람처럼 행세하며 살았던
시간들이 나를 외롭게 하고 피곤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 해 봅니다.
나를 치장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벗어 버리고도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면서..................................
덧말:
지난번 문수산 산행하던 날, 산보다는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몇몇 친구를 꼬드겨 해안도로를 달렸습니다
그 때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으며 생각한 것들 입니다
게을러서 이제야....
글/사진/김용민 http://blog.paran.com/wildp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