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학교 다녔던 시절 우리 남학생 교복에도 분명
바지 주머니가 없었습니다
그때 부터 나이 어린 우리들 마음에 무소유 사상을 심어주려는 선생님들의
심오하고 높으신 탁견은 분명 아니었을 듯하고
암튼 난 그 때 하복에 바지 주머니를 달았다가
"임" 모 "조" 아무게 선생님에게 걸려 두 번이나 "쫘악" 무자비하게 바지를 찟긴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것두 을지로 강당에서 조회시간에 우에서 아래로 허벅지가 다 보이도록 말입니다
참 쪽 팔려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지요
바지주머니에 손 넣는 버릇은 중학교 때인가 보았던 영화 때문 이었지요
흑백 영화였는데 지금은 제목도 주연배우 이름도 잊었습니다만 암튼
주인공이 안개 낀 새벽 거리를 바지 주머니에 두 손 푹 찔러 넣고
걷는 모습이 어찌나 폼나게 보였던지
역광으로 얼 비치는 가로등 불빛에 하얗게 품어 나오던
담배 연기 까지 말입니다
난 그 때부터 지금까지 주머니에 손 찔러 넣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지요
한 겨울에 살 얼음 길에서 주머니에 넣은 양손을 미처 빼지 못하고
몸으로 나뒹굴지를 않나, 뻑하면 정마담에게 청승맞고 후줄그레하게 걷는다고
쿠사리(딱 맞는 단어가 떠 오르질 않아서...)를 먹지 않나...
제가 훗날,
아침에 올려 놓으신 위엣 사진처럼 비싼 안동 삼베 수의를 입게 될지
아니면 싸구려 중국산 수의(제조 원가를 알고 있음) 입게 될지 알 수 없으나
난 그 때도 내가 입을 수의에 주머니를 달아 달라고 고집 할 겁니다
비록 가져 갈 것 하나 없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