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by 조경현 posted Apr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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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氏의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는
갓 결혼한 신랑이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고싶어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아내는 살림에 도통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여자여서
더더구나 번거롭고 손이 많이가는 食事준비를 싫어한다.
남편은 오로지 집에서 해주는 밥을 원하다가...
결국 둘은 헤어진다.

가끔 밖에서 밥을 사먹기도 하는데,
이상하게도 식당의 밥을 먹으면 금방 배가 꺼진다.

박완서씨의 소설속 그 여자,
즉...밥을 안짓는 바람에 이혼을 한 그 여자는,
아내가 있는 초등학교 동창과 비밀스런 만남을 가지면서
그가 오는 날엔...밥을 짓는다.

그녀는,
이혼한 남편한테는 하기 싫었던 '밥짓는 일'이
왜? 어릴때 戀情을 가졌던 남자에게는 기꺼이 되는지...
자기자신도 의아해 진다.

객지생활을 하면 사람이 까칠해진다.
식당밥만 먹어서 그렇다고 한다.
밥은 밖에서도 먹을수 있지만,
밥을 안해주는 아내에게서...소설속 남자는 冷氣를 느낀다.

쌀을 씻는 동안에도
그 밥을 먹을 가족들을 생각하고...
그 밥을 먹는 가족들에게 애정을 품는다.

집밥에는...
밥그릇속에 담겨있는 밥알의 열배, 스무배...
아니, 그보다 그 밥을 지은 사람의 宇宙와 같은 사랑이 담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