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식낭자-강아지 키우기에 부쳐

by 박정숙 posted Jan 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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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신설동 역 근처다.

우리 골목 옆집 개의 이름은 메리다. 발바리다.

오래 키우다보니, 성가셔서, 어느 날 새끼 몇 마리와 함께

시골에 아는 사람에게 보내기로 하고, 트럭에 실려 보냈다.

 

근데, 트럭 아저씨 말이, 석관동인가, 외국어대 앞에서 신호대기 중에

메리가 뛰어 내렸고, 간 곳을 모른단다.

 

여름 태풍과 장마가 유난히 극성이었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 날 새볔.

대문을 귺는 소리에 그 집 딸이 밖을 내다 보다가 소리를 질렀다.

 

"메리다!, 엄마, 메리야 메리!!!!"

 

집 떠난지 꼭 한달 반만에 집을 찾아왔다.

비쩍 말랐고, 기다란 털에는 껌이요, 검뎅이요, 지저분한 게 잔뜩 묻어 었었다.

거지 개라고나 할까.

 

주인은 동물병원에 가서 털을 깎아주고, 우유와 유동식 음식을 멕여주고

한숨을 쉬며 하소연 한다.

 

"저 걸 어쩌면 좋지? 어쩐지 저 것이 떠날 때 나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고, 집 근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만...

그 장마통에 서울 바닥 물바다로 난리였는데, 집 찾아오기까지 어디서 자고 무얼 먹고 살았대?

이제 메리를 어쩌지?"

 

"뭘 어떻게 해. 충성심을 봐서라도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지!"

 

지금 메리는 성대수술을 하고, 잘 살고 있다.

---꼬리 글의 말대로, 나중이 문제다.

--- 개의 일생을 지켜보고, 고이 묻어 줄 수 있는지가 문제로다.